환멸 난다.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까지 잠들지 않던 그에게 나는 이미 2번 남이 당선될 것이 확실하다며 쿨-한 척 침실로 직행했다. 그렇지만 그가 tv 전원을 끄고 침대에 누워 드르렁드르렁 코를 골며 골아떨어지던 새벽 2시까지 나는 잠들지 못했다. 그제야 1번도 2번도 선택하지 않았던 내가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스스로에게까지 이렇게 가식적일 필요가 있었나?
1번을 선택하기엔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누군가를 반대하기 위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수십 번 생각했고 차라리 선거를 포기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하지만 투표를 했다. 투표를 하는 것이 선진국 국민이 응당 해야 할 일인 것처럼 그렇게.
아침, 잠에서 깬 남편이 말했다. 아이씨 2번 남이 대통령이네. 억지로 잠을 청했다. 어김없이 아침 9시에 주식창을 확인하고. 그래 그냥 주식으로 돈 벌면 그만인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소파에서 뒹굴거렸다.
그래 오늘 나가야 한다.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르고 무작정 걷기로 한다. 과연 걷는 것은 효과 있었다. 보도 블록에 드리워진 가로수 그림자를 보면서 걷는 나 자신이 뿌듯했다.
회사 동기의 카톡이 울린다. 내가 아직도 그토록 증오해마지않는 그 사람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했다. 순간, 그 사람이 그대로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그 사람이 죽어버리면 혼자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큭큭큭 웃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사실을 아무도 알게 해선 안된다는 생각 또한 했다.
평생을 서민이었던 내 부모가 그토록 서민을 개, 돼지 보듯 하는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그리고 역시 평생 서민인 나도 같은 이유로 그들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상이 다를 뿐 똑같이 멍청한 것이 아닐까.
나는 그 죽어버렸으면 좋을 그녀 앞에 당당하게 나타나는 상상을 했다.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정장을 입고 세련된 긴 머리를 하고 한쪽 어깨엔 재키백을 매고선 회사를 다닐 때보다 주식으로 더 많은 돈을 벌고 있는 현 상황을 전하면서 얼굴 전체를 감도는 광채를 차마 감추지 못한 채로 그렇게 허세를 떨고 싶었다.
이렇게 유치할 수가. 이것이 과연 41세의 생각인 걸까. 내가 그들과 다른 건 무엇일까.
환멸 난다.
하루 종일 뉴스를 보지 않으려 애썼고 저녁에는 술을 마셨다. 친구들에게 나 좀 봐달라고 카톡을 보냈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