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다이어트를 한다.
언젠가 길을 가다 70은 족히 넘은 할머니들의 대화 주제가 다이어트임을 알게 되었다. 미용이든 건강이든 간에 저 나이에도 다이어트가 인생의 이슈라는 점이 놀라웠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이미 평생 다이어트를 해 온 내가 70살이 된다고 해서 갑자기 다이어트에 초연 해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나는 죽을 때까지 다이어트를 하고 있을 것 같다.
나는 보통 체격의 어린이였는데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키와 체중이 쑥쑥 자라고 불어났다. 그 덕에 지금 내 엉덩이와 다리에는 튼 살의 흔적이 빼곡히 남아있다. 그 무렵 사진에 찍힌 나를 보며 우리 딸 맞냐고 반문했던 부모님을 보며 내가 살이 쪘다는 걸 알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생애 첫 다이어트를 했다. 이미 그때의 키가 167~168cm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하루에 두부 한모를 먹는 극한의 다이어트 끝에 나는 다시 날씬해졌고 불행히도 그 후로 저질 체력이 되었다.
지금까지 172cm 키에 51~55kg 정도의 체중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나는 마른 편에 속한다. 체중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살이 찌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살이 빠지면 놀라울 정도로 자존감이 올라간다. 맞다. 나는 문제가 있다. 몸의 상태가 자존감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인간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람들은 비교적 날씬한 내가 다이이트를 한다고 하면 어이없어했다. 평소에는 살 좀 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미간을 구기더니 살이 조금이라도 찌면 바로 살쪘다고 지적했다. 지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년이 훌쩍 넘은 남자들이었다는 것이 빡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제 그 누구도 내 몸을 지적할 일이 없다는 건 다행이다. 하지만 앉아있기가 조금 불편해지거나 헐렁하던 바지가 딱 맞기 시작하면 나는 또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시기임을 알아차린다. 엄마 쪽의 비만 유전자를 탓하며 다이어트를 내려놓으면 급속도로 살이 찌고 말 거라는 강박적인 상상을 한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익숙하다. 다이어트는 너무나 괴로운 일임이 분명하지만 나는 꽤나 독하게 그리고 남들보다는 쉽게 하는 듯 다이어트를 성공했었다. 그러던 것이 나이가 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식단은 자유롭게 저녁 한 끼만 굶고 하루 1~2시간씩 운동하면 보통 일주일에 1~2kg는 빠지던 것이 몇 달을 해도 살은 빠지지 않았다. 미쳐 돌아버릴 일이었다. 그렇다고 젊을 때 했듯이 하루에 새 모이만큼 먹고 살을 빼고 싶진 않았다.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내 근력마저 잃을 수 없다.
하루 두 끼를 오이, 당근, 고구마, 닭가슴살을 먹으며 근력운동과 유산소를 했다. 일주일에 2kg가 빠졌다. 운동은 개뿔 역시 다이어트는 식단인 걸 깨달았다. 그런데 말이다. 2주 차에 접어들자 살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역시 최고의 다이어트는 맘고생인가.
우와 나는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러나 싶어 식단을 포기하면서도 운동은 끝내 놓지 못했다. 그리고 또다시 다이어트를 시작하기로 맘먹는다. 체중에 대한 강박과 살이 찌면 추락하는 자존감, 꽤나 독한 근성이 내 다이어트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아, 이 죽일 놈의 다이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