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치과 선생님은 선배 남편

남편은 다 똑같다.

by 윤비

치아교정 때문에 8개의 생니를 발치했었다. 그 덕에 현재 내 치아는 24개밖에 없다. 때문에 치아 하나하나가 무척 소중해서 6개월마다 치과 검진을 받는다.


내가 다니던 곳은 큰 치과 전문 병원이었는데, 진료를 봐주시던 선생님이 개원을 해서 그곳을 다니고 있다. 그분은 전 직장 선배의 남편인데 지금은 그 선배와 연락하고 있지 않아서 꽤 껄끄럽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병원까지 바꾼 이유는 너무 좋은 의사이기 때문에.

마취 주사를 수도 없이 맞아봤지만, 이렇게 바늘로 찔렀는지도 모를 만큼 아프지 않게 놓아주는 의사는 처음이었다. 서비스업 특유의 고착화된 친절함이 아니라 언제나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태도로 일관했고 치료는 말할 것도 없이 꼼꼼하고 완벽했다. 비록 선배의 남편에게 입을 쫘악 벌리고 입 내부를 공개해야 했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

그분은 내가 후배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지만 내게 그 어떤 사적인 안부나 질문을 건네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그 모든 걸 포기하고 치과를 옮겼을지도 모른다.

예전에 그녀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남편은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공부를 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다고. 차 2대를 끌 재력은 충분한데도 선배 혼자만 아우디를 끌고 다녔었다. 게다가 술도 마시지 않는데, 가족끼리 계곡에 놀러 갔다가 만취해서 널브러진 상태로 발견된 후로 딱 끊었단다. 난 아무리 추하게 주사를 부려도 술을 못 끊었는데.


그 선배는 도대체 무슨 복 일까. 그래 선배는 참 잘 웃고 밝은 사람이었다. 그 밝음이 무례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나는 좀 싫어했지만 그 선생님에게는 한결같은 해맑음이었겠지. 이렇게 부러움의 감정을 느끼다가도 생각이 깊어지면 나는 그 말을 떠올리게 된다.


남편은 다 똑같다. 아무리 괜찮은 남자라도 남편이 되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모두 다 한통속이 된다.

요즘 본인의 남편은 장모님이 사준 카무플라주 패턴의 산들바람(*풍기인견)을 입고 이름처럼 가볍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살랑거리며 온 집안을 누빈다. 상의를 하의에 집어넣고 바지를 가슴 아래까지 끌어올린 체 말이다. 아저씨 같다고 안 입겠다더니 한번 입어보고는 올여름 내내 그것만 입는다.

매일매일 술을 마시자고 꼬시고 만취해서도 잘 때는 꼭 선풍기를 자기 쪽으로 더 돌려놓고 잔다. 회사가 멀어서 내가 차를 몰고 다녔는데 남편은 허구한 날 내게 차를 양보한 걸 생색냈다. 그리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로또 걸리면 G바겐을 사줄 건지 확인한다. 44살이다.


그래, 그 선생님도 지하철 타는 걸 겁나 생색내고 집에서 풍기인견을 입고 산들거릴지 모른다. 한 종자니깐. 그리고 끼리끼리라고 생각하면 아쉬울 건 없다. 하지만 치과 치료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조금 부러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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