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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빛푸를은 May 07. 2022

서툰 협동조합 4 - 공간 고민

오늘 새로운 공간을 보고 왔다.

우리 협동조합의 (월세가 84만원 정도 되는) 지금의 공간은 발달장애아동을 돌보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애초에 협동조합은 발달장애아동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곳이 없어서 그것을 조사하면서 발달장애아동 부모들이 만든것이었다. 우리는 아이들이 공간에 따라 반응이 다른 것에 주목했고, 공간이 아이들에게 편하면 문제 행동도 덜 나올 것이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일부러 마당이 있는 공간을 찾고 비용이 꽤 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이사를 했다. 결과는 좋았다. 인력을 덜 들이고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속성이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 곧 새로운 계약기간이 다가온다. 우리는 애써 버틸것인지, 실험은 끝났으니 작은곳으로 이사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몇 군데 알아보았고, 오늘 그 중 2곳에 다녀왔다. 한곳은 밖에서는 지하인데 안쪽에서는 지상인 곳이다. 공간도 넓고 앞에 텃밭으로 쓸 만한 조그마한 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있는 공간에 비하면 여러모로 성에 안차는 공간이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무게를 두고 이사를 한다면 할 수 있겠지만 보증금 700만원에 년세 700만원. 지금 년세는 1000만원인데, 아마도 우리가 이사하고, 내부 인테리어 하는 비용이 300만원은 족히 들 것이다. 이사하나마나한 결과다. 

그 다음으로 본 곳은 어린이집이었다가 폐원한 곳인데 사진으로 볼 때보다 많이 작은 곳이었다. 그러나 앞에 큰 공원이 있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었다. 좋은 환경이다! 

공원 놀이터엔 아이들이 많았다. 우리는 초등학교 4학년  발달장애 어린이와 함께 갔는데 놀이터에서 잠깐 있었던 10분 사이 죄송합니다를 7번은 한것 같다. 

화장실 가서 비상벨 누르기(쫓아가서 못하게 하고 죄송합니다  사과하기).

공원에 비눗방울 놀이 하는 어린이거 그냥 가져다 비눗방울 놀이하기(사과하고 돌려줌). 미끄럼 거꾸로 올라가 내려오는 어린이와  대치하기(그렇게 타는거 아니야. 내려와. 차례차례 순서대로 타는거야  알려주며 저지함.) 그네에 배깔고 타기(똑바로 타야지 하며 긴장하며 지켜봄). 잠깐사이 이목은 집중되고,

평화롭게 흘러가던 놀이터에 뭔가 분위기 다른 파장이 끼어든듯 낯설은 분위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계속 어린이를 쫒아다니며 말리고 사과하기 바빳다. 결국 엄마는  "이래서 놀이터를 못오는거야" 라고 하며 급히 자리를 떳다.

발달장애 어린이에게  규칙을 가르치고 다른 어린이들과 무리없이 놀게 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경험이 있어야할까? 

놀이터에 있었던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화를 내거나 항의한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엄마는 함께 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느낀다. 좀 더 이 상황이 지속되면 무슨일이 나거나, 누군가는 놀이터를 떠나게 된다는 것을. 함께 어울려놀기가 참 힘들다. 누가 와서 알려주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우리는 지금의 공간에 좀 더 머물기로 했다.

쉽지 않다. 어디를 간다는 것도. 새로운 곳을 찾는다는것도.


덧) 아이가 그렇게 남의 비눗방울을 갖고 놀거나, 미끄럼대에서 거꾸로 올라가거나 하는 행동들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그때 그때 야단치고 끝까지 가르쳐줘야 한다고 많이들 쉽게 이야기 한다. 말을 한다. 하지만 말을 하면 얼마만에 알아듣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 발달장애를 만든 신만이 알까? 발달장애아동들은 비장애 아이들보다 100배는 더 말해줘야 알아들을까 말까? 아니 1000배? 물론 아이마다 다 다르겠지만, 발달장애아이들의 부모가 발달장애아이들에게 아무런 교육도 하지 않고 예절도 가르치지 않고, 훈육도 하지 않고 발달장애아동이니 세상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방치하고 있다고 오해를 종종하기에 그렇지 않다고 전하고 싶다. 차라리 한번쯤 물어봐주는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무언가를 이해하기가 어려운가봐요" 이렇게 한마디만 전해도, 자신의 입장을 이해해줬다는 이해심에 감동받아 3박4일동안 아이를 키우는 힘듦을 하소연하고 싶을지도 모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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