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기억

비 오는 날의 숲

by 풀빛푸를은

한라수목원의 광이오름에 올랐다.

간간히 숲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구경했다.

비가 몇 방울 떨어지다, 멈추고 하늘이 개였다. 올라가다 노루 한 마리를 보았고, 말동무가 필요한 여자아이도 만났다.

숲에는 아주 많은 것들이 담겨있었다. 초록 말고도 만두모양 주머니 열매, 콩깍지 같은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 연못에 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련이라고 살짝 알려주었는데 그 답이 틀린 답일까 봐 잠시 조마조마했다.

역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문득 내 아이들이 생각났다. 나도 아이들 어릴 때는 숲을 데리고 다니며 바쁘게 다녔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두더지가 되었다. 그때 그 하늘, 바다, 저녁노을, 비 오는 날 오름에 올랐다가 비를 흠뻑 맞은 날. 채오름의 후박나무 아래에서 찍었던 몽환적인 사진들을 기억할까?

몸의 어딘가에 새겨져 있을까?


작가의 이전글마음속에 가득한 , 쉼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