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은 설거지를 할 때면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셨다.
'물이 뜨거운데, 왜 이렇게 뜨겁게 놓고 설거지를 하시지?'
친정엄마를 생각했다. 우리 엄마는 나에게 늘 잔소리가 많았다. 물이 뜨거우면 '기름은 땅파면 나오냐' -사실 이건 맞지 않나 - 부터 시작해서, 물을 아껴써야 한다. 결혼하고 나서 친정에 갔을 때는 설거지 하지말고 저리 가 있어라 등등등. 물을 너무 뜨겁게 해 놓고 쓰면 낭비라고 벌써 혼났을 텐데, 어머니는 왜그러셨을까? 그때는 몰랐는데.
요즘 나는 느낀다. 뜨거운 물로 설거지 하는 기분이 어떤건지.
내가 물을 뜨겁게 해놓고 설거지를 할 때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가지는 '복수'다.
남편에게 심술이 났을 때 '낭비'라는 단어 안에 심술을 가득 넣어 복수하는 것.
남편은 알뜰했다.
그 알뜰함에 반대하여 펑펑 물을 쓰며 낭비하듯 행동하는 것이 나의 소심한 복수! 이건 아주 옛날이야기.
또 하나는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손이 시원하다. 그래서 나는 여름에도 뜨거운 물을 틀고 설거지를 한다.
나는 내가 일을 그렇게 많이 안했다고 생각했는데 손가락이 가끔 욱신 욱신 거리고 아플때가 있다.
그럴때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면 찜질하는 느낌이 든다.
손가락이 아플때 병원에서 파라핀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약간 그런느낌? 그제서야 이젠 계시지도 않는 어머니가 이해가 되는 것이다.
아. 그래서 그랬겠구나. 나도 이제 그 느낌을 알것 같다.
우리 아들이 질문한다.
"엄마 안뜨거워?"
"응~ 시원해"
우리 아들은 이 느낌을 아직은 모르겠지.
내 나이 되어서는 알까? 글쎄. 잘 모르겠다.
나이가 들수록 손가락이 굵어지고 못생겨지는 것은 참 슬픈일이다. 나는 그것도 우리 엄마가 그래서 그렇다. 내가 지나온 삶은 생각지도 않고, 우리 엄마 탓. 엄마를 닮아서 그렇다고 그냥 그렇게 또 핑게를 대 본다.
그게 싫기도 한데, 어쩔 수 없기도 하고, 가끔 좋기도 하고.
시간이 흐른뒤 깨닫는 것들이 요즘 많아진다. 그때는 알 수 없는 것들. 때가 되어야 비로소 아는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