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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Nov 11. 2024

떡볶이를 나누는 사이


"오늘은 우리집 갈까?"

"좋지."


 중학교 시절, 함께 놀던 두 명의 친구와 하교하는 길에 매일 같이 이런 대화를 했다. 네 일과와 내 일과가 딱히 구분되지 않던 시절. 서로의 집에서도, 도서관에서도, 방과 후 텅 빈 교실에서도 함께 놀았다. 기억에 남는 건, 밤양갱만큼 다디단 떡볶이다. 냉동실에 굴러다니던 떡에 고추장과 설탕을 듬뿍 넣고 떡볶이를 만들었다. 별로 맛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별 볼 일 없는 재료였지만 이렇다 할 간식이 없으니 뭐라도 함께 먹었다. 그러다가 가끔 투게더를 사서 퍼먹는 사치도 부렸다.


 중고등학교 시절 평생 먹을 떡볶이의 총량을 거의 다 먹은 것일까. 요즘엔 떡볶이를 많이 먹지는 않는다. 세 달에 한 번 정도 먹는 것 같다. 엽떡처럼 양이 많은 떡볶이는 내 돈 주고 시킨 적이 없다. 1인 가구 기준 떡볶이나 김밥은 포장해서 먹는 게 제일 좋다. 배달시키면 양도 많고 배달비도 아깝다. 만들어 먹자니 사서 먹는 게 더 싸다. 그래서 잘 안 해 먹는다. 그래도 굳이 1인 가구가 집에서 분식을 해 먹는다면 셀프 김밥이나 떡볶이를 해 먹고 재료들을 이후에 잘 활용하면 된다.


 셀프 김밥인 이유는 일반 김밥은 일단 재료를 다듬어 뒀으면 조금만 만들기가 어렵다. 혼자서 다 못 먹고 버리게 된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어 먹자니 그 정도로 솜씨가 좋진 않은 것 같아 망설여진다.


 얼마 전엔 스트링 치즈가 세일하길래 샀다. 뭘 해 먹을까 찾아보다가 라이스페이퍼 치즈떡 떡볶이를 발견했다. 떡볶이 어묵파이자 강성 치즈파라면 참을 수 없는 레시피였다. 쉬울 줄 알았는데 스트링치즈를 라이스페이퍼로 감는 게 어려웠다. 라이스페이퍼가 마음처럼 스트링 치즈에 잘 말리지 않아 억지로 감쌌다. 그 외엔 어렵지 않았다.



<라이스페이퍼 치즈떡 떡볶이>

1. 물에 양념을 풀고 양배추를 넣어 끓인다.

 * 양념 : 고추장, 굴소스, 스테비아, 다진 마늘

 * 좀 짰다. 고추장을 좀 줄이고 고춧가루를 넣으면 좋을 것 같다.

2. 어묵과 삶은 계란을 넣어 끓인다.

3. 라이스페이퍼 치즈떡을 넣고 잠깐 끓인다. (너무 오래 끓이면 터진다.)


 여중생들이 우정을 다지는 데에는 떡볶이 만한 게 없다. 연대의 음식이랄까. 다디단 떡볶이를 나누어 먹던 우리는 이제 서로 다른 곳에 산다. 달라지지 않은 건 여전히 서로의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다.


 진수성찬을 함께 먹어도 공허한 관계 있다.  이 친구들과는 떡볶이를 나누는 사이에 삶을 나누는 사이가 됐다. 우리가 나누어 먹은 음식들은 소박했지만 나눴던 이야기들은 결코 얕지 않다. 중학생도 말 못할 사정이 있다. 그 시절의 희로애락을 다 나눴다. 어느새 서로가 없이 살았던 시간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길어졌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계산 없이 깊은 속내를 보일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곁에 있어 감사하다. 인간관계의 거리를 재는 일에 염증을 느낄 때 조금은 안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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