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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저녁에 싸는 도시락

by 초록 Jan 16. 2025

 도시락 싸는 영상을 보다가 잠이 들곤 한다. 마음이 평온해져서 잠이 잘 온다. 재밌게 보면서도, 한편으론 ‘퇴근하고 저녁도 겨우 차려먹는데, 어떻게 도시락을 싸지?’라고 생각해 왔다. 12월이 되니 직장일에 여유가 좀 생겨 한 달만 점심 도시락을 싸서 다녀보기로 했다.


 영상에서 본 유튜버들은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싼다. 나는 단 10분도 더 일찍 일어날 수 없었다. 그리고 어차피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먹을 거라면 전날 미리 싸도 될 것 같았다.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음날 데워 먹어도 맛이 크게 변함없는 음식들 위주로 챙겼다. 간편함과 건강을 모두 챙기고 싶었다.


 김밥을 딱 한 줄만 싸간 날도 있었다. 재료를 늘어놓지 않고 간단히 먹고 싶었다. 즉석밥 작은 공기, 계란 하나로 만든 미니 계란말이, 리챔 한 조각, 치즈 한 장을 사용해 한 줄만 만들었다. 이렇게 하면 김밥이 더 이상 복잡한 음식이 아니었다. 김밥은 냉장고에 넣으면 맛이 없어져 실온에 뒀다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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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을 위해 의식적으로 야채를 챙겼다. 잘 씻어서 물기를 말린 야채들을 소분해 두고 도시락 메뉴에 더해 가져가면 보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었다. 물론 야채를 먹으며 식사를 시작함으로써 혈당 스파이크를 막자는 결심은 갈수록 시들해졌지만, 야채 소분은 꽤나 간편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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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케는 간편하면서도 야채를 많이 먹을 수 있는 효자 메뉴다. 야채 종류가 다양할수록 더 맛있었다. 야채를 미리 손질해 두고, 오리와 소스를 올리면 오리훈제 포케가 됐다. 첨가물이 없는 훈제 오리를 사서 전자레인지로 데웠다. 용기 안에서 기름이 자글자글 끓어서인지 기름 튀기며 프라이팬에 굽지 않아도 맛있었다. 이날은 후식으로 사라다까지 챙겨가 야채와 과일을 한 대접은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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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우면 음식이 맛이 없어질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고기를 데워 먹어도 누린내가 거의 나지 않았다. 국은 집에서도 냉장고에 뒀다가 조금씩 데워 먹었기에 크게 이질감이 없었다. 도시락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터득해 가며 12월이 훌쩍 지나갔다.


 단체 급식은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매일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낸다. 아무리 열심히 도시락을 챙겨도 그 다채로움과 가성비를 이길 수가 없다. 그렇지만 단체 식사이기에 내 마음대로 양을 조절하기 어려웠다. 먹지 않는 음식도 그냥 받고 버렸다. 내가 안 받겠다고 멈춰서 시간을 끌기엔 내 뒤에 선 줄이 길었다. 더 먹고 싶은 음식의 양이 모자라 아쉬울 때도 있었다. 또 시간이 촉박해 충분히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기도 했다.


 도시락은 소박하지만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메뉴들을 싸갈 수 있어 재밌었지만 동시에 매일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건 정말 위대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직장일이 다시 바빠지는 새해에는 단체 급식으로 돌아가겠지만, 도시락에 대한 로망도 실현해 보고 갓 끓인 국과 다채로운 식단에 대한 감사함도 갖게 되는 시간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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