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에 스치는 숨결
아기 낳고 세 번째 날 아기가 처음으로 젖을 물던 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으로 본 또랑또랑한 눈, 입을 크게 벌리고 각도를 맞추려 열심히 고개를 돌리던 어깨, 그리고 힘찬 숨소리까지. 사실 내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정말 훨씬 더 유두가 아팠지만 아기의 생명력이 경이로워 그 통증은 그새 휘발되었다.
그 이후 아기가 작은 젖병의 꼭지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조리원에서는 잘 맞는 유두보호기를 찾아 직수를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그때 내 맨살에 스치는 아기의 숨결은 참으로 따뜻하고 보드라웠다. 평생 잊지 못할 감각이다. 옥시토신 만만세.
물론 유두보호기를 했음에도 상처가 심하게 나서 젖물때 눈을 꽉 감고 이를 꽉 깨물어도 눈물이 흐를 정도로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시 돌아가도 얼마든지 할 수 있겠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미 희미해져 있다. 그보다 오래 지난 입덧은 아직도 생생하여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고통이었는데.
송아지는 생후 72시간 이내에 초유를 먹지 않으면 생존율이 절반가까이 떨어진다. 태반을 통해 모체의 항체가 이행하기가 어려워 초유를 통해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인간은 태반을 통해 대부분의 항체를 받기 때문에 초유가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다.
내가 모유수유를 계속하고 싶었던 이유 중 아기에게 손쉽게 면역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동기부여는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이다. 살면서 좋다고 생각한 적 없는 이 가슴으로 아기를 먹일 수 있다니. 인간이기 이전에 나는 포유류구나 하는 감각이 출산 전에는 불쾌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생명이 만들어지는 그 본질에 집중할 수 있으니 살아있음이 더 기쁘고 멋지다.
(그리고 모유수유를 하면서 젖소의 고충을 정말 피와 살로 느끼게 되었다. 유축기를 사용할 때에는 직접 수유할 때만큼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행복감이 없다. 소는 더 그럴 것이다. 아기는 없고 기계가 부착되어 아기가 빠는 힘과는 다르게 젖을 쥐어짜 낼 때, 얼마나 아프고 공허할지 이제는 나도 안다. 이제는 유제품을 신중하게 소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한 50여 일 끝에 아기의 입이 충분히 커져 유두보호기를 쓰지 않아도 되었다. 수유 중에 유두보호기가 벗겨지는 것부터 소독까지 꽤 신경이 쓰이던 것이 하나라도 사라지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아기의 얼굴을 바라보며 젖을 물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그러는 사이 50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아기의 이 따스한 숨결을 느낄 수 있는 하루하루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시간을 그냥 지나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점점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