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천 년쯤 지난 세상을 상상해 보자. 과학 기술이 발달하는 것에 발맞추어 인류의 의식도 함께 향상된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기심과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로 말미암아 황폐해진 세상이 될 수도 있다. 천 년 후 다가올 날들의 모습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한 가지 변치 않을 분명한 사실이 있다. 당신과 나, 우리는 이미 그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미래의 어느 순간에 우리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고 피할 수도 없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온다.
늦은 밤 잠자리에 들면서 나는 종종 죽음 이후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나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다른 신체 부위와 마찬가지로 두뇌도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텐데, 과연 내가 나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까. 아니면 영혼이란 것이 정말 있다면 몸이 없음에도 여전히 나 자신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인가. 영혼조차 없다면 나는 ... 아! '나'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 자체가 아예 없어지는 것인가. 살아가는 동안에 결코 답을 구할 수 없는 의문들이지만, 분명한 건 그때와 지금이 같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죽은 이후에도 존재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저 집착에 불과할지 모른다. 언젠가는 내가 사라질 것이란 사실을 이성으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감정이 이에 동조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죽은 후에도 어떤 기분일까를 자문하며 기어이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인정해야 한다. 언젠가는 모두 사라진다는 사실을. 또한 그렇기에 삶의 순간마다 일희일비하는 것도 부질없는 것이란 말의 의미를. 증오, 시기, 질투, 좌절, 이 모든 괴로움도 결국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것이고, 그토록 움켜쥐고자 애쓰는 성공, 관계, 명예들도 지나고 보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 것들이다. 언젠가 반드시 올 죽음에 이르면 먼지처럼 사라질 집착들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원래 없었고, 머잖아 무한한 시공간 속으로 다시 사라져 갈 것이다. 그러니 부질없는 집착을 버리고 그저 평온한 마음으로 그렇게 한 삶을 살다 가는 게 어떨까. 그게 원래 우리의 모습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