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희망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승건의 서재 Dec 16. 2018

건강한 백화점 만들기

최근 몇 년 사이에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인데도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얼마 없어서 내가 다 걱정이 되던 게 얼마 전인 듯 한데. 이제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더 많은 사람들이 몸으로 느끼는 듯하다.

마스크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어떤 마스크가 미세먼지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이제는 전문가가 아닌 이들도 N95 마스크를 써야 초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걸 안다.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하여 그 근본 원인이 해결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써서라도 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류에서 동떨어진 데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걸 아는가. 그것도 우리 주위에서 가장 풍요롭고 화려한 곳에서 말이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엎어지면 코 닿는 곳에 큰 백화점들이 몇 군데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국제적인 기준에서도 손에 꼽히는 규모라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우리나라의 백화점들은 이제 외형적인 면에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내가 백화점에 갈 때마다 항상 눈여겨보는 건 그런 화려한 겉모습이 아니다.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바로 백화점 지하주차장의 주차관리 직원들이다. 백화점 방문객들의 차가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비상등을 켜면, 손을 뻗어서 빈자리를 안내하고 그것도 모자라 깍듯이 인사까지 해주는 그 주차관리 직원들 말이다.

나는 백화점 주차장에 들어갈 때 그 주차관리 직원들, 조금 더 정확히는 그들의 입을 유심히 살펴본다. 백화점 ‘주차관리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쓰고 있다면 제대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내가 의사라서 그런지 몰라도, 어떨 때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껏 내가 관찰한 백화점 주차관리 직원들은 제대로 된 마스크를 쓰고 있었을까. 아니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밀폐된 공간에서 자동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폐 속 깊이 그대로 들이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늘 고민했다. '그들의 건강을 지켜줄 방법이 어디 없을까.'

물론 한 가지 확실한 해결책이 있기는 하다. 백화점들이 주차관리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착용시키도록 법으로 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법이란 것이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법으로 강제해서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백화점은 이윤 추구를 위한 조직인데, 이윤 추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강제한다면 머잖아 갖가지 꼼수가 고개를 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백화점들이 법에 따라 강제로 주차관리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자발적으로 선택하게끔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주차관리 직원에게 마스크를 씌우는 게 그들의 장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백화점 관계자들이 주차관리 직원의 마스크에 관해서 하는 말이 있다. 주차관리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시키지 않는 건 손님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마스크를 쓴 주차관리 직원이 주차 안내를 하면 손님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주차관리 직원의 마스크 때문에 방문객이 줄어든다면, 백화점 입장에서는 이 문제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백화점이 손님이 줄어들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주차관리 직원이 마스크를 썼다고 백화점에 방문객이 줄어들까. 물론 일부 불평하는 사람도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절대다수는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일반적인 상식을 공유하고 있는 게 맞다면, 백화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은 주차관리 직원을 보았을 때 안타까움을 느끼고 그들을 무방비로 내몬 백화점에 거부감을 느낄 것이다. 반면에, 주차관리 직원들이 하나 같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면, 그 백화점과 경영진에게 없던 호감도 새로 생길 것이다.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그 정도는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타인을 배려하는 선량한 이들이 대다수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백화점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주차관리 직원이 마스크를 썼을 때 거부감을 느끼기보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 안타까움을 느낀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다.

아래에 설문 조사가 있다. 설문 조사 결과는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담당자들도 보게 된다. 모든 것이 내 바람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그들이 먼저 나서서 백화점의 매출 증대를 위해 주차관리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씌울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구태여 법으로 강제하지 않아도.


설문 조사 참여하기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걸림돌이 내일의 디딤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