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이렇게 책을 많이 읽고 있다’라며 내세우려는 건 아니다. 단지, ‘한 달에 몇 권이나 읽냐’며 물어보는 독자들이 종종 있어서, 그에 대한 답을 할 겸 평소 내 생각을 짧게 남기는 것일 뿐이다.
질문에 대한 답부터 먼저 하면, 나는 한두 해 전까지만 해도 한 달에 적게는 8권에서 많게는 10권 이상을 읽었다. 요즘에는 일 때문에 많이 바빠져서 그렇게까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한 달에 3권 이상은 꾸준히 읽는 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책이란 최소 300페이지가 넘는 단행본을 말한다.
독서라는 것은 일종의 투자와 같아서, 여기에 들인 노력과 시간이 항상 원하는 결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읽다가 영 아니다 싶을 때는 중간에 덮어버리는 책도 있고, 읽을 때는 술술 읽히지만 다 읽고 나서는 괜히 시간만 버렸다고 후회되는 책들도 있다.
독서록에서 서평을 쓰는 책들은 그중에서도 따로 생각을 남겨놓고 싶은 책들이다. 서평을 써본 이라면 알겠지만, 읽는 것에 비해 쓰는 것은 훨씬 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 글 안 쓰고 책만 읽자니 훌륭한 경치를 구경하며 사진 한 장 남기지 않는 듯한 아쉬움이 있고, 그렇다고 글만 쓰자니 책 읽을 시간이 따로 나지 않아서 주객이 전도된듯할 때가 있다. 이렇게 독서와 집필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가는 것에도 나름의 묘미가 있다.
나는 독서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밖에서 남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는 편은 아니다. 예전에 회사를 경영할 때, 직원들에게 독서를 권하면서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경험했기 때문이다. 독서란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하지 누가 옆에서 권한다고 할 수 있는 성질의 일은 아니다. 내가 ‘이렇게 해보니 좋았다’라며 남에게 권하는 것은 자칫하면 민폐가 될 수도 있다. 시쳇말로 ‘꼰대’라고 불리기 딱 좋다. 나는 굳이 나서면서까지 그런 모습으로 비치기는 싫다.
내가 생각하기에 독서를 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평소에 품행을 바르게 하다가 주변에서 우연히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곁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이, ‘역시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아서 그런지 뭐가 달라도 다르다’라는 생각에 이를 것이다. 이 방법이 옆에서 책을 읽으라고 귀따갑게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집에서 아이한테 책 읽기를 권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도 예전에는 어떻게 아이가 책 좀 읽게 해보려고 이리저리 구슬려보았다. 하지만 어른이 하란다고 한다면, 그게 아이인가. 그래서 이제는 방법을 달리한다. 아이한테 읽느니 마느니 할 거 없이, 그냥 내가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손에 집어 들고 소파에 엉덩이 붙이고 앉는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테니,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거를 해라. 근데 이 책 꽤 재밌네.’
내가 책을 집어 들고 앉아서 아이에게 말없이 전하는 메시지다. 그러면 아니나 다를까 5분도 안 돼서 아이도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내민다.
요컨대, 내가 하기 싫은 걸 남에게 하게 할 수 없다. 내가 책을 읽지 않으면서 남에게 읽으라고 권할 수 없다. 아이나 어른이나, 남이나 나나, 사람은 결국 다 똑같기 때문이다. 소중한 이에게 책 읽기를 권하고 싶다면, 그냥 내가 먼저 한 권이라도 읽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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