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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Aug 28. 2019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하며

아이폰 6s를 쓰고 있다. 요즘에는 구닥다리 취급받는 기종이라 케이스 하나를 사더라도 인터넷으로 주문해야 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배터리 성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100%로 충전하고 충전 케이블을 뽑으면 순식간에 90%, 70%… 10%로 충전량이 떨어지고 곧 전원이 나가버렸다. 이건 뭐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고는 통화도 마음 편히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뭐 하는 궁상인가 느껴질 즈음, 안 되겠다 싶어 배터리를 교체하기로 했다. 스마트폰을 새로 사는 방안도 고려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이래저래 알아볼 엄두가 나지를 않았다. 결국 마음 편하게 배터리 교체 쪽으로 정했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어 애플 공식 인증 수리점에서 59,000원을 주고 교체를 했다. 그 모든 과정이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요즘에는 통신사 요금제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초기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바꾸는 방법이 많다고 한다. 그런 점을 고려해도, 배터리 교체는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결정이었다. 그 만족감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첫째, 새로운 스마트폰을 고르는 데 따르는 스트레스가 없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을 새로 산다는 건 여러 가지 고민이 필요한 일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스마트폰 종류도 많고 판매 조건도 다양하다. 내게 적용된 판매 조건이 적당한 것인지, 아니면 혹시 바가지 쓴 건 아닌지 몇 년마다 전화기를 고르는 입장에서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한편, 최신형 스마트폰에는 전에 없던 기능들도 대거 추가된다. 이런 것들을 익숙하게 다루기 위해서도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반면에 배터리만 교체하면 기존에 쓰던 그대로 계속 쓸 수 있다.

둘째, 쓸만한 물건을 버리는 데 따르는 죄책감이 없다. 스마트폰을 새로 사면 기존 스마트폰의 멀쩡한 화면, 회로, 부품들이 모두 쓰레기가 된다. 배터리만 교체하면 새것처럼 쓸 수 있는 상태인데,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한다고 이걸 통째로 버리는 건 심각한 낭비가 아닐까 싶다. 반면에, 배터리 교체 후에 부산물로 나오는 건 기존에 쓰던 배터리가 전부다. 요즘에는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법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스마트폰 배터리는 대부분 리튬이온 배터리인데, 에너지 밀도가 높아 성능이 떨어진 후에도 다른 분야로의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배터리 잔존 가치가 70~80% 이상인 배터리는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 ESS)로 재활용도 가능하고, 성능이 크게 떨어진 것은 분해 작업을 통해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의 희귀금속을 추출해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셋째, 새로운 스마트폰을 사는 데 따르는 지출의 부담이 없다. 배터리 교체 비용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혹자는 공짜에 가까운 조건으로 최신형 스마트폰을 살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공짜가 아니다. 단지 초기비용이 들지 않는 것뿐이지. 앞으로 내야 할 통신비에 결국에는 다 녹아들어 가는 비용이다. 그리고 그런 불투명한 조건은 대체로 고객보다 판매자의 이익에 충실하게 설계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 그에 반해, 이번에 내가 배터리 교체에 쓴 돈은 59,000원이 전부다. 그 이상 추가로 들어간 비용은 전혀 없다. 훨씬 정직하고 투명한 거래다.

거듭 생각해도 이번에 스마트폰을 새로 사는 대신 배터리를 교체한 건 좋은 결정인 것 같다. 스마트폰을 바꾸기 위해서 썼을지 모를 시간도 절약하고, 알게 모르게 쓰게 되었을 돈도 아끼고, 이게 좋은가 저게 좋은가 하면서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고, 게다가 쓰레기도 줄어들고. 생각하면 할수록 만족스럽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2019/08/28/%ec%8a%a4%eb%a7%88%ed%8a%b8%ed%8f%b0-%eb%b0%b0%ed%84%b0%eb%a6%ac%eb%a5%bc-%ea%b5%90%ec%b2%b4%ed%95%98%eb%a9%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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