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가 백신 접종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담당하고 있는 일원으로써, 백신 접종이 우리 일상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의 마음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우선, ‘누구에게 먼저 백신을 맞춰야 할지’부터 논쟁거리였다. 어떤 이들은 면역력이 저하된 입원 환자들이나 노인들, 혹은 사회 취약계층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또 다른 이들은 방역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먼저 맞추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이들 가운데 어느 게 옳고 어느 게 그르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 없다. 그 주장들 모두 나름대로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백신이 무한정 있는 게 아니고, 설사 백신이 무한정 있다고 해도 배송과 접종 과정에는 시간이 소요된다. 누군가 먼저 맞게 된다면 또 누군가는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 노출된 채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여러 상황과 입장을 최대한 균형 있게 고려하여 접종 순서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반면에, 이와 거의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논쟁도 있다. 그것은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에 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이 하나 개발되기까지 최소 10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개발 시작부터 실제 사용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뉴스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 가는 상황이 보도되고 있다.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렇게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였을 때 가져올 결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통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백신 접종을 하면 ‘집단 면역’에 도달한 것으로 본다. 설사 누군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고 해도 그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전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나이나 임신 등의 불가피한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이들도 바이러스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이처럼 백신 접종은 접종자 본인을 보호하는 목적도 있지만 사회 전체의 안전을 달성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한 사람 한 사람이 백신 접종에서 오는 부작용의 두려움으로 접종을 거부하고, 그렇게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타인이 만들어놓은 ‘집단 면역’에 무임승차하려고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적으로 집단 면역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백신 접종 대상자가 접종을 거부할 때 타인이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백신을 맞고 혹여라도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이 생긴다면, 백신을 맞으라고 강권한 사람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의 위험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에 대한 결정이 오로지 각자의 자유의지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싶은 사람,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싶지 않은 사람, 코로나19 백신을 남들도 맞게 하고 싶은 사람. 이 모든 사람의 신뢰와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2021/05/07/%ec%bd%94%eb%a1%9c%eb%82%9819-%eb%b0%b1%ec%8b%a0-%ec%a0%91%ec%a2%85%ec%9d%84-%ec%a7%80%ec%bc%9c%eb%b3%b4%eb%a9%b0/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