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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Feb 03. 2020

지금 이 순간 더 중요한 일

나는 지금 우한 폐렴에 대응하는 의료진으로 일하고 있다. 때문에, 당분간 글이 좀 뜸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아무리 좋아하는 글쓰기지만 지금은 더 중요한 할 일에 전념하고자 한다. 그저 이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모두에게 힘든 시기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적인 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가급적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지 않고, 어쩔 수 없이 가야 한다면 마스크를 반드시 쓰고, 기침할 때에는 옷소매로 입을 가리며, 밖에 다녀온 후에는 흐르는 물에 비누로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한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것들이지만 현 상황을 극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이다. 원래 진실은 지극히 평범한 법이다.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고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벌써 많이 지쳐있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더 고생해야 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 혹여 최근 중국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후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서 다급한 마음으로 1339 등 관계 기관에 전화를 하게 되면 맞은 편에 있는 이들도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선의를 갖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가 필요하다.


관계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 항상 긴장한 가운데 심신이 많이 지쳐있을 거로 안다. 물어본 것 또 물어보고, 전화를 걸면 상대방은 항상 통화 중이고, 세상 힘든 일은 나 혼자 다하는 것 같은 마음에 짜증이 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우리가 개인적인 감정을 내세우기에는 너무나 엄중하다. 지금은 각자의 사사로운 ‘자존심’보다 우리가 하는 일에 대한 ‘자긍심’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항상 어려움을 잘 극복해왔다. 그것은 저절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다. 힘들 때일수록 서로를 믿고 도와서 위기를 해결해 나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위기 앞에서 더욱 강해지는 저력이 있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었으면 한다. 그때 비로소 나도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쓰던 책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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