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고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승건의 서재 Apr 14. 2021

우리 주변의 미세 플라스틱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서 음식을 배달 시켜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런데 배달 음식을 먹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질 때가 있다. 식탁 위에 한가득 남은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이다. 배달 음식을 담아온 일회용 플라스틱 식기 중에는 한 번 쓰고 버리기에 아까울 만큼 멀쩡한 것도 많다. 그나마 깨끗이 씻어서 플라스틱만 따로 모아 분리수거함에 배출하고 나면 죄책감은 조금 줄어든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우리가 기대하는 것처럼 모두 재활용되고 있을까. 혹시 더 큰 문제의 시작은 아닐까. 오늘은 요즘 부쩍 늘어난 플라스틱 쓰레기와 일상 깊숙이 파고든 미세 플라스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niversity of California)와 조지아 주립대(University of Georgia)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공동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07년 이후 인류가 쓰고 버린 플라스틱을 모두 모으면 63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부피로 환산하면 높이가 1.9km에 이르는 정육면체가 된다. 그럼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될까. 플라스틱 쓰레기 가운데 재활용되는 것은 9%에 지나지 않고, 약 12% 정도는 소각된다.


그렇다면 재활용되지도 않고 소각되어 없어지지도 않은 나머지 79%는 어떻게 될까. 그냥 지구 어딘가에 남아있게 된다. 플라스틱은 한 번 만들어진 뒤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500년에서 1,000년 정도가 걸린다. 인류가 플라스틱을 사용한 지 100년이 조금 넘었으니 지금까지 만들어진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그대로 남아서 지구상 어딘가에 쌓여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가고 있다. 만약 현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쯤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이 물고기보다 많아진다고 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주변의 미세 플라스틱


오늘날 플라스틱 쓰레기, 그중에서도 특히 미세 플라스틱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그 크기가 5mm 이하인 것을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부른다. 미세 플라스틱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다. 1차 미세 플라스틱과 2차 미세 플라스틱이다


먼저, 1차 미세 플라스틱이란 처음부터 5mm 이하 크기로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말한다. 우리 일상에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치약, 세안제, 화장품과 같이 적당한 질감이 필요한 제품들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1차 미세 플라스틱은 곧바로 하수구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태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다음으로 2차 미세 플라스틱이 있다. 이것은 플라스틱이 버려진 후 햇빛, 물, 바람 등에 의해 부서지면서 미세 플라스틱이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주변의 모든 플라스틱들은 재활용되거나 소각되지 않는 한 결국 언젠가 미세 플라스틱이 될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 플라스틱이 우려스러운 이유


그렇다면 왜 미세 플라스틱이 문제일까. 미세 플라스틱이 먹이사슬을 타고 생태계를 떠돌다 결국에는 우리 식탁에 올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건 그저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 WWF)이 호주의 뉴캐슬 대학(The University of Newcastle)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섭취하는 미세 플라스틱이 약 2천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를 무게로 환산하면 약 5g 정도로, 신용카드 한 장 정도에 해당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매주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의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아기의 80%와 거의 모든 어른의 신체에서 플라스틱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미세 플라스틱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고 심각하다.


그럼 이러한 미세 플라스틱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당수 연구자들은 우리 몸속에 축적된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고 암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이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아직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나중에 문제가 밝혀졌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우려가 있다면 미리 조심하며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행동이라는 사실이다.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법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이미 버려진 것을 수거하는 것, 그리고 앞으로 버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버려진 것을 수거하는 것은 각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의 양이 엄청나다. 이를 수거하여 해양 생태계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편,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는 무엇보다도 개개인이 실천이 필요하다.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Greenpeace)에서는 일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미세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텀블러나 머그잔 이용하기

낱개 포장된 야채나 과일 사지 않기

운동할 때 다회용 물통 챙기기

재사용 가능한 빨대 사용하기

배달음식 주문할 때 일회용 수저 빼달라고 하기


플라스틱의 편리함과 바꿀 수 없는 것들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 쉽게 구해서 쓰고 버려온 플라스틱. 이제 이 플라스틱이 불러올 결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가 되었다. 물론 그동안 누려왔던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포기하는 것이 우리의 몸과 환경, 더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이 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발행하는 네이버 포스트에 기고된 글입니다. 실제 발행 내용은 매체 자체의 편집 방향에 따라 다소 변경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외과 의사이자 블로거로 활동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 의료, 의학 칼럼의 기고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본 브런치의 제안하기여기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유기농의 허와 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