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분에 넘칠 정도의 귀한 기회를 누렸습니다. 책을 냈고 방송에도 출연했습니다. 세상 앞으로 나와서 저의 이야기를 펼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한순간 한순간이 평생토록 잊지 못할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일상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항상 생각대로만 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제가 벌인 일의 여파가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다양한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는 게 그렇습니다. 얼마 전에는 20년 만에 제 모교인 거창고등학교 강단에 서서 은사님들과 후배들에게 조촐한 특강을 하고 왔습니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라고 하지요. 요즘도 하루에 한 건 이상 다양한 곳에서 강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대학 병원부터 정부 기관까지, 제가 과연 그런 곳에서 강연할 만한 자격이 될까 싶은 곳에서도 강연 요청이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저는 코로나19 대응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소 직원입니다. 코로나19 상황은 여전히 위태롭고, 확진자 수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저는 외부 강연보다는 코로나19 방역 업무에 전념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저의 본업이고 제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저를 알리는 것’보다 ‘제가 해야 할 일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지금은 강연 요청을 모두 사양하고 있습니다. 부득이 강연 요청을 사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을 널리 양해 부탁드리고, 혹여 독자 중 제게 강연 요청을 생각하신 분이 계신다면 재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b%82%b4%ea%b0%80-%ea%b0%95%ec%97%b0-%ec%9a%94%ec%b2%ad%ec%9d%84-%ec%82%ac%ec%96%91%ed%95%98%eb%8a%94-%ec%9d%b4%ec%9c%a0/ | 신승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