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상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승건의 서재 Feb 07. 2022

말 안 듣는 아이 다루기

나는 지금 육아 휴직 중이다. 아내의 유학을 따라 런던에 와서 초등학교 1학년인 딸 하나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 키우는 게 장난이 아니란 것을 하루에도 몇번씩 실감한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화요일만 되어도 주말이 기다려졌는데, 요즘에는 토요일 아침이 밝으면 월요일이 기다려진다.


육아에서 가장 힘들 때는 역시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가 아닐까 싶다. 요즘 같은 때 밖에 날씨가 추운데도 기어이 자기 마음에 드는 얇은 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피우거나, 학교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손도 안 씻고 과자부터 집어 먹는 모습을 보면, 처음에는 잘 타일러야지 하다가도 이내 목소리가 커진다. 그럼 아이 눈망울에 서러움이 뚝뚝 떨어지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른으로서 감정을 자제하지 못한 후회가 이어진다.


그렇다고 매사에 아이가 바라는 대로 따라가 주자니, 그렇게 했다가는 기본도 갖추지 못한 어른으로 크게 될까 봐 그러지는 못하겠다. 그런데 또 그런 생각도 든다. 어른의 시선에서는 당연한 걸 시키는 거고, 그래서 말을 잘 들었으면 하기도 싶지만, 또 그렇게만 하다 보면 수동적인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 


그래서 내가 고민 끝에 찾은 나름의 해법은 ‘왜’라는 질문을 수시로 던지는 것이다. 아이가 했으면 하는 일이 있다면 ‘왜’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반드시 말해주려고 한다. 아이가 원하지만 내가 보기에 썩 내키지 않는 게 있다면 다짜고짜 거절하지 않고 일단 ‘왜’ 필요한지 묻는다. 그게 마트에서 색소 범벅인 군것질을 사겠다고 떼쓰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기본 방향은 맞는 것 같다. 아이도 자기의 주장이 ‘왜’ 틀렸는지 알고 나면 더는 고집을 피우지 않고, 다음번 비슷한 상황에서는 스스로 행동을 고치기도 한다. 반대로 아이가 주장하는 ‘왜’가 말이 될 때는 내가 물러선다. 이때는 아이가 바라는 대로 따라가지만 그게 아이 인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아이가 나름의 이유로 어른을 설득하여 움직인 경험들은 앞으로 이어질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말 안 듣는 아이를 다룬다’는 발상 자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다. 어른의 말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아이의 말이 항상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설득력 있는 ‘왜’를 가진 쪽이 옳은 것이고, 그렇지 못한 쪽이 틀린 것이다. 거기에 어른인지 아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원문: 말 안 듣는 아이 다루기 - 신승건의 서재

매거진의 이전글 SNS가 위험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