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창작자와 플랫폼을 구분 지어 생각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건 창작자, 그것을 유통하는 건 플랫폼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나는 창작자와 플랫폼이 큰 틀에서 보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 혹은 작가로 불리는 피와 살이 있고 펜을 들어 종이에 글을 남기는 물리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콘텐츠로 전환하여 전달하는 매개체다. 매개체 혹은 전달자, 이는 플랫폼의 본질이 아닌가. 그렇다면 창작자도 플랫폼의 또 다른 형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은 창작자가 빚어내는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창작자는 무언가를 전달하고 또 전달받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든다. 즉 콘텐츠는 본질적으로 소통의 수단이며 그렇기에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침내 창작자, 플랫폼, 콘텐츠가 존재하는 목적은 하나의 지점에 모인다. 작가가 글에 담아내고, 책과 영화가 실어 나르는 바로 그것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이야기’라고 부른다.
창작자인지 플랫폼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콘텐츠가 글인지 영화인지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넓은 의미에서 모두 플랫폼의 한 모습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이용해서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다. 창작자, 플랫폼, 그리고 콘텐츠. 이것들은 이야기라는 밥을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밥솥이고 그릇이고 숟가락이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이야기조차도 더 높은 차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마치 ‘밥’이 우리 몸의 생명 유지를 위한 에너지 공급원이듯 말이다. 그 최종 목적은 바로 ‘메시지’다. 창작자, 플랫폼, 콘텐츠 등 지금까지 언급한 그 모든 것들이 이야기를 다루기 위한 수단이었다면, 그것들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메시지이다.
그렇다면 이제 단 하나의 질문만이 남는다. ‘어떤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를 쓸 것인가.’ 거기에 대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단순 명확한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좋은 이야기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단순하다고 쓸모가 적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핵심을 찌르는 단순한 메시지가 한편으로는 더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둘째, 통념에 도전하여 이를 뒤집는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각자 전력을 다해 의미 있는데 써야 한다. 사람들이 기존에 생각지 못했던 것을 알아내고 생각의 틀에 변화를 가져오는 이야기야말로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과 정신을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
셋째, 긍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좋은 이야기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반드시 세상의 밝은 면만을 비추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세상의 병들고 어두운 면을 드러내어 치유로 이어지게 할 수 있다면, 그런 글이야말로 진정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단순성, 혁신성, 긍정성이 이야기가 담아야 할 메시지의 조건이다. 그런 메시지를 갖춘 이야기야말로 창작자와 플랫폼이 뒤섞여 수많은 콘텐츠가 명멸하는 가운데서도 홀로 남아서 생명력을 잃지 않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질 것이다. 바라건대 나도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
(다음 글이 곧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