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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Jun 30. 2022

오리지널의 탄생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중에 ‘세상의모든지식’이 있다. 흥미로운 역사나 상식을 다루는 채널인데, 독특한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미있다. <오리지널의 탄생>은 ‘세상의모든지식’ 채널 중에 유명한 브랜드들의 탄생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브랜드 백과사전’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책은 크게 파트 1, 2, 3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파트 1에서는 현대인의 식탁을 바꾼 다양한 발명품들을 주제로 다룬다. 자본주의의 상징인 맥도날드와 코카콜라를 비롯해서 우리나라에서 명절 선물로 유달리 사랑받는 스팸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서 늘 접하는 다양한 먹거리가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가 소개된다. 나는 그중에서도 아이가 좋아해서 늘 배낭에 챙겨 다니는 하리보의 탄생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다.


이어지는 파트 2에서는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공산품들과 그 브랜드가 만들어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 파트에서도 역시 레고 탄생에 얽힌 이야기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가 어릴 적에도 가지고 놀았고,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 지금도 딸 아이와 함께 가지고 노는 레고.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장난감 브랜드라고 할 만하다. 오래전 이 블로그에서<레고 어떻게 무너진 블록을 다시 쌓았나>의 서평을 다루었던 적이 있어서 더욱 반가웠다.


마지막 파트 3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과 그 브랜드를 다룬다. 예컨대, 신용카드로 사람들의 소비 방식을 송두리째 바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승용차를 사치품에서 일상 용품으로 탈바꿈시킨 포드 모델 T와 폭스바겐 비틀, 통증과 감염의 고통에서 인류를 구원해준 아스피린과 페니실린까지. 그 주제가 ‘역사’인 만큼, 아무래도 파트 3은 앞의 두 파트보다 좀 더 굵직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끼친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브랜드들의 탄생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이를 관통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들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어떤 브랜드에는 해당하고 또 어떤 브랜드에는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무척 빈번하고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들이었다.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나누어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탄생한 배경에 전쟁이 자주 등장한다. 페니실린처럼 전장의 부상을 치료하기 요긴하게 활용된 의약품은 물론이고, 폭스바겐 비틀처럼 직접적으로 전쟁에 활용되기 위해 개발되었던 물건들도 있었다. 코카콜라나 스팸은 전장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시켜주는 데 큰 몫을 담당했었고, 레고는 전쟁의 공포에 떠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으로 출발했다. 이들 브랜드는 그 개발 동기와 배경은 서로 달랐지만, 전쟁의 포화 속에서 잉태되어 이후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에서는 같았다.


둘째, 창업자가 가난과 시련을 극복하고 아이디어로 승부하여 성공한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그들은 돈을 많이 벌어서 부자로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른 것은 제쳐두고 오로지 돈만 좇는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사람들의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하며 그들의 필요, 더 나아가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부자가 되는 꿈도 달성할 수 있었다.


셋째, 다른 발명품의 성장을 도우며 또 다른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한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게 ‘페니실린’ 발명의 조연인 ‘화이자’다. 지난 몇 년 사이 코로나19 백신 덕분에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계적 제약회사 화이자, 그런데 이 회사는 원래 사탕수수에서 구연산을 만드는 게 주 사업 영역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페니실린을 정제하는 데 자사의 기술을 활용하면서 오늘날 세계를 주름잡는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세상에는 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닐까 한다.


나는 일전에 한 방송에서 ‘현재의 상황으로 미래를 재단하지 말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 하나하나는 내가 그 말에서 전하려고 했던 의미를 실감 나게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의 한 줄 평을 다음과 같이 남기고 싶다.


‘역사가 증명한, 현재의 상황으로 미래를 재단하지 말아야 할 이유.’


사실, 이런저런 의미를 덧붙이지 않아도 좋다. 일상적으로 접하는 친숙한 브랜드의 뒷이야기를 읽는 것은 그 자체로 무척 즐거운 경험이니 말이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98%a4%eb%a6%ac%ec%a7%80%eb%84%90%ec%9d%98-%ed%83%84%ec%83%9d/ | 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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