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이 있다. 부모로서 아이가 학년을 올라갈수록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정작 나부터가 학부모는 처음 해보는 거라 모든 게 서툴기만 하다. 내가 아빠로서 잘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으니 참 난감할 때가 많다.
다만 공부의 기본이 독서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래서 딸아이가 책을 가까이하게 할 방법을 늘 고민한다. 주말에는 둘이서 킥보드도 탈 겸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자고 꼬신다. 물론 늘 성공하는 건 아니다. 그러면 책장에서 읽고 싶은 책을 하나 뽑아서 탁자로 가져온 뒤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한다. 이미 읽었던 책이어도 상관없다. 아빠가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혹시 아나.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에 대한 호감이 생길지.
때로는 좌우로 펼쳐지는 휴대폰을 열고 밀리의 서재 앱을 연다. 흰 화면에 검은 글자, 영락없는 책 페이지다. 활자가 펼쳐진 휴대폰의 모습을 딸에게 보여준다. 이걸로 유튜브만 보는 게 아니라 책도 읽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참, 내가 생각해도 눈물겹다.
그렇게 밀리의 서재에서 <공부머리 독서법>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최승필은 우리나라 학원가에서 12년간 독서 논술을 가르쳐온 독서 지도전문가이다. 독서 전문가라고 하기에 관심이 생겨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공부의 기본은 독서’라는 말을 나름의 근거와 논리로 풀어내고 있었다.
이 책은 학업 성취도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독서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되는 수단으로서의 독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수학능력 시험을 포함한 대학 입시를 위한 독서가 이 책의 주제다.
책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독서를 통한 문해력 향상이 평소 내신은 물론 수능과 대입에서도 위력을 발휘한다’이다. 이 책에는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교육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그 앞에 ‘학교 성적 향상을 위해’라는 말이 추가되면 의미가 더욱 명확해질 듯싶다.
저자는 학업 성취도를 높이려는 학생은 먼저 문해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문해력을 높이려면 이야기책과 친해질 것을 권한다. 이야기책의 시시각각 흘러가는 전개와 등장인물 간의 다양한 관계를 좇다 보면 문해력이 길러진다는 게 그 이유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책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책의 일부에서는 과학 등을 다루는 지식 독서의 필요성도 언급한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이야기책 예찬론’이 이 책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이야기책을 활용한 독서법은 아주 구체적이다. 여기에 하나하나 정리하기에는 내용이 방대하여 따로 옮기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단계별로 몇 학년 때 어느 정도 수준의 책을 얼마나 읽어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자기가 소개하는 독서법을 충실하게 따른다면 아이의 학교 성적이 자연스레 올라갈 거라고 말한다. 향상된 문해력으로 수능과 대입에서도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만 따라오면 자녀의 성적은 문제없다니, 학부모로서 귀가 솔깃해지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내가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내용은 따로 있다. 스스로 책을 ‘읽는’ 독서가 강사가 떠먹여 주는 내용을 ‘듣는’ 공부보다 속도와 깊이의 모든 면에서 훨씬 나은 공부법이라는 저자의 주장이다. 나 또한 학교에 다니던 시절 혼자 책 읽으면서 공부하고 문제집 사다가 이해한 걸 확인하는 과정을 무한 반복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그 결과 나름의 성과도 얻었다. 학원식 ‘듣는’ 공부에 회의적인 저자의 견해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이 책에는 몇 가지 한계점도 보인다.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로,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는 근거가 주로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12년이라는 적잖은 시간 동안 학원가에서 아이들에게 독서 논술을 가르친 저자의 경력을 인정하더라도, 공인된 연구나 통계보다 개인적 경험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근거의 빈약함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둘째로,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겠지만, 저자의 필체는 시종일관 아주 단정적이다. 좋게 말하면 옳고 그름이 명확하고 나쁘게 말하면 경직되어 보인다. 일례로 저자는 학습만화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관점을 나타낸다. 학습만화에 빠지는 순간 아이의 독서 인생은 끝이라며 엄포를 놓기까지 한다. 저자가 기왕이면 좀 더 열린 자세를 보여주었다면 오히려 저자의 독서법에 더 큰 힘이 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은 ‘학교 성적을 위한 독서’라는 소구력 있는 이슈를 영리하게 선점하고 주도한 덕에 출간된 지 4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학부모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비록 세부적인 내용과 논리 전개에 다소의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암기 위주의 선행학습이 주도하는 사교육의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내용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살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특히 ‘듣는’ 학원 교육보다 ‘읽는’ 책 교육을 강조한 부분은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꼭 한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다.
원글: 공부머리 독서법
이벤트: 2022년 7월 8일 0시까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원글의 댓글 작성자 한 분에게 <공부머리 독서법>을 보내드립니다. (동점자가 있는 경우 먼저 댓글을 단 분에게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