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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Jan 22. 2024

깊은 잠, 치매를 예방하는 시간

내일신문 1월 22일 기고글

대한민국이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총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7~14%를 차지할 때 고령화 사회, 14~20%면 고령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2017년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전환된 이후 2023년 말을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8.9%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무렵 우리나라가 노인 인구 비율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한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치매 유병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 897만 명 중에서 92만 명이 치매 환자로 나타났다. 우리 주위의 어르신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라는 뜻이다. 실제로 이제 치매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한 제약회사가 40대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치매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치매는 현재 의학 수준으로 완치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치매는 돌이킬 수 없는 뇌세포의 손상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치매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인 이유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지금 바로 누구나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치매 예방법이 있다는 사실이다.


확실한 치매 예방법, 그것은 바로 충분한 수면이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한 수면이란 매일 밤 7~9시간 동안 방해받지 않고 깊이 잠드는 걸 의미한다. 개인마다 필요한 수면 시간은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성인에게는 이 정도의 수면 시간이 권장된다.


충분한 수면이 치매 예방에 어째서 중요한 것일까. 치매가 생기는 원인에 그 답이 있다. 치매, 그중에서도 노인성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베타 아밀로이드라는 물질이 뇌에 축적되어 발병한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정상적인 뇌 활동의 부산물인데, 이것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뇌에 축적되면 뇌의 신경세포에 손상을 입히고 결국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뇌에서는 잠을 잘 때, 특히 느린 파동 수면(Slow-wave sleep)이라고 불리는 깊은 수면 단계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뇌척수액이 잠자는 사이 느슨해진 뇌 조직 곳곳을 흘러 다니며 베타 아밀로이드를 씻어내는 것이다. 매일 저녁 집에 돌아와서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하루 피로를 씻어내는 것과 똑같은 일이 밤사이 우리 뇌에서도 일어나는 것이다. 잠을 깊이 잔 뒤에 느껴지는 개운한 기분은 실제로 뇌가 깨끗하게 목욕을 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푹 잔다는 게 생각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에서 2023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6명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답을 알지만 실천할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으로 아는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그래서 여기 숙면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잠들기 전 침실은 어둡게 한다. 밤에 과도한 조명에 노출되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성을 억제하여 잠에 들기 어렵다. 완전히 깜깜한 게 싫다면 흰색 대신 주황색의 조명을 약하게 켜놓자. 요즘에는 잠자리에 들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은데,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빛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둘째, 매일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난다. 침대에서는 잠자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잠이 오지 않는다면 침대에서 내려와서 잠이 올 때 다시 침대로 돌아오는 습관을 들인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생체 시계를 규칙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셋째, 커피와 술을 절제한다. 완전히 끊을 수 없다면 저녁 시간만큼은 이들의 섭취를 멈추는 것이 좋다. 간혹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는 이들도 있는데, 음주 후에는 설령 잠에 들어도 수면의 질이 무척 낮아진다. 특히, 술에 들어있는 알코올은 뇌 청소가 일어나는 느린 파동 수면을 감소시킨다. 잠이라고 다 같은 잠이 아닌 것이다.


초고령 사회의 중요한 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치매, 다행히 확실하고 효과적인 예방법이 있다. 그것도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다. 매일 밤 편안한 숙면은 그 어떤 약이나 처치도 대신할 수 없는 효과적인 치매 예방법이다. 좋은 수면 습관으로 우리 삶의 남은 시간도 더욱 의미 있게 채워나가자.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a%b9%8a%ec%9d%80-%ec%9e%a0-%ec%b9%98%eb%a7%a4%eb%a5%bc-%ec%98%88%eb%b0%a9%ed%95%98%eb%8a%94-%ec%8b%9c%ea%b0%84/ | 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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