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 2024년 4월 22일 기고글
요즘 숏폼 중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숏폼이란 1분이 채 안 되는 동영상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틱톡 같은 콘텐츠를 일컫는다. 언제부터인가 이런 숏폼 플랫폼들이 스마트폰의 화면을 통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숏폼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숏폼 동영상도 있을 정도이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밤 10시쯤 침대에 누워서 잠깐 유튜브 쇼츠를 보기 시작했다가 벽시계 시침이 반대편으로 넘어간 걸 보고 깜짝 놀란 경험이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숏폼 콘텐츠를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도 답은 아닌듯하다. 팍팍한 일상에 그 정도의 소소한 즐거움도 없다면 너무 갑갑하지 않을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과유불급일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숏폼을 현명하게 즐기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먼저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시작해 보자. 숏폼을 봐도 될까. 의학에서 질병을 정의하는 중요한 기준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지 여부’이다. 숏폼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원할 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을 기분 전환 삼아서 딱 10분 정도만 하고 다시 원래 하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유튜브 쇼츠에 정신이 팔린 나머지 직장에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습관적으로 인스타그램 릴스를 봐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하거나 불안해진다면, 이것은 병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숏폼 그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우리 일상이 망가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우리가 일상을 지키고 숏폼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이다.
첫째, 동영상은 최소 10분 이상의 맥락이 있는 것을 보자. 숏폼 동영상이 중독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것이 즉각적인 자극을 유발해서 도파민 분비라는 보상을 얻게 하기 때문이다. 도박 중독과 똑같다. 도박 중독자에게 방금 돈을 건 그 게임의 결과를 하루 뒤에 알려준다면 계속 도박에 몰입할 수 있을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이처럼 즉각적인 보상은 중독을 일으키는 핵심 기전이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행동에서 보상에 이르는 시간을 길게 만들어야 한다. 이를 ‘지연 보상’이라고 한다. 동영상 시청부터 자극에 이르는 시간을 늘리고 그사이를 맥락이라는 내용물로 채워야 한다.
둘째, 동영상의 연속 시청 시간을 제한하자. 스마트폰의 유튜브 앱을 열기 전 시계 앱을 먼저 열어서 타이머로 시간을 정해놓자. 그것이 30분인지 1시간인지는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설마 ‘나는 지금부터 유튜브를 3시간 반 동안 볼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시간제한은 숏폼이 아닌 넷플릭스처럼 길이와 맥락이 있는 영상을 볼 때도 필요하다. 넷플릭스 정주행이라는 말이 있다. 시리즈로 이어진 넷플릭스 영상을 1편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편까지 한 번에 보는 걸 말한다. 주변에서 넷플릭스 정주행을 하다가 밤을 새웠다는 경험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넷플릭스는 영상 하나에 보통 수십 분이 넘지만, 시청 시간의 상한선을 지정하지 않으면 그 수십분짜리 영상 하나를 보고 또다시 그다음 영상으로 이어지는 걸 주체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길이만 몇십분으로 늘어났을 뿐 몇 초짜리 숏폼 동영상을 보았을 때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셋째, 잠자리에 들 때는 숏폼 콘텐츠를 멀리하자. 아니, 자려고 누웠으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같은 건 아예 시작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시작하면 완전히 지쳐버리기 전까지 인간의 의지로는 멈출 수 없다. 이미 숱하게 겪어 보지 않았는가. 잠들기 전에 숏폼 콘텐츠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은 숏폼이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 바로 일상생활의 지장을 막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숏폼 중독을 피하는 방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독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가급적 그 대상을 멀리하거나 시간과 환경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적어도 일상생활에 문제를 일으키는 단계에는 이르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은 단 한 번뿐이다. 숏폼에 빠져 흘려보내기에는 우리 인생은 너무 소중하다. 어쩌면 숏폼 콘텐츠가 줄인 것은 단지 그 길이가 아니라,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과 보내야 할 귀중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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