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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승건의 서재 Sep 09. 2024

올 추석, 응급실로 향하기 전에

국제신문 9월 6일 기고글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아직 일주일 남짓 남았지만 마음은 이미 고향으로 향하고 있다. 오랜만에 만날 가족들을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진다. 달빛 아래 송편을 나눠 먹으며 이어질 정겨운 대화와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하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의 거리에도 저마다의 기대와 설렘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여느 해와 사뭇 다른 불안감이 감돈다.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장기화되며 의료 공백은 현실이 되고 있다. 응급실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이미 많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일터를 떠났고, 남은 이들은 심신의 한계에 봉착했다.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간다고 해도 문자 그대로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외면해왔던 위기가 이제 눈앞에 닥쳤다.  


여기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싶진 않다. 서로가 서로를 탓하는 와중에, 손가락 하나를 더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 상황이 더 큰 파국으로 치닫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만 생각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면, 응급실을 정말 그곳이 절실한 이들을 위해 남겨두는 게 병원 밖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다.  


명절 동안 경미한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지 않도록 필수적인 가정 상비약을 미리 준비하자. 추석 연휴 동안 가장 흔히 나타나는 문제는 소화 불량 같은 위장관 증상이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고 자극적이다. 특히 전, 고기, 잡채 등 여러 음식을 한꺼번에 먹으면 소화가 잘되지 않고 위장에 부담이 된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소화효소가 함유된 소화제, 산을 중화하는 제산제 등을 상비약으로 준비해 두자.  


감기와 발열도 주의해야 할 문제이다. 명절에 가족들이 한데 모이다 보면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된다. 환절기라서 감기에 걸리기도 쉽다. 증상은 가벼운 기침에서부터 고열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진통제는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하며, 기침을 완화하는 진해거담제와 목의 염증을 줄여주는 소염진통제나 항염증 스프레이도 유용하다. 여기에 비염이나 코막힘 증상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도 포함하면 추석 연휴 동안의 호흡기 증상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따로 챙기기 어렵다면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나온 종합감기약을 사 두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장시간 운전이나 무리한 활동으로 생기는 근육통과 타박상도 명절의 불청객이다. 평소보다 활동량이 늘어나 허리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완화하는 진통제와 근육 이완 효과가 있는 외용제, 즉각적인 통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스를 준비해 두자. 가벼운 운동과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이완시켜 주는 것도 통증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소아 환자는 명절 기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과 음식에 민감해 복통이나 발열을 겪기 쉽다. 명절 음식도 아이들의 위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성인용과는 별도로 어린이용 소화제와 해열제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설사 증상을 대비해 지사제와 수분 보충용 전해질 음료도 준비해 두면 도움이 된다.  


명절 음식을 준비하다 보면 칼에 베이거나 화상을 입는 등 가벼운 부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 쓸 수 있도록 소독약, 항생제 연고, 화상 연고, 그리고 다양한 크기의 밴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상처 부위를 청결하게 관리하고 감염을 예방하는 기본적인 응급 처치 방법도 미리 알아두도록 하자.  


가정 상비약을 준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약의 사용법과 보관법을 잘 숙지하는 것이다. 약을 복용할 때는 정확한 용량을 지켜야 하며, 보관 시에는 직사광선을 피해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두도록 한다. 약에 따라서는 냉장 보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사용 기한이 지난 약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기적으로 점검해 새로운 것으로 교체한다.  


물론 가정 상비약으로 모든 의료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병의원을 찾아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추석 연휴 기간 문을 여는 의료기관을 확인하는 방법도 미리 알아두자. 추석 연휴에는 동네 병의원도 모두 쉴 거라고 생각해서 곧장 응급실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추석 연휴에 운영하는 병의원과 약국 정보는 응급의료포털(e-g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고 각 구·군의 보건소 홈페이지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번 추석 연휴, 응급실을 꼭 필요한 이들을 위해 남겨두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경미한 증상으로 응급실로 향하기 전 한 번 더 생각한 덕분에 누군가는 생명을 구할 수 있고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을 수도 있다.


원문: https://shinseungkeon.com/%ec%98%ac-%ec%b6%94%ec%84%9d-%ec%9d%91%ea%b8%89%ec%8b%a4%eb%a1%9c-%ed%96%a5%ed%95%98%ea%b8%b0-%ec%a0%84%ec%97%90/ | 신승건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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