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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록

마켓바스켓 이야기

by 신승건의 서재

몇 해 전 미국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오늘은 마켓바스켓Market Basket이라는 미국 동북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슈퍼마켓 체인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100년 전 10여 평의 작은 식료품점으로 시작한 마켓바스켓은 오늘날 75개의 매장에서 25,000명의 직원이 일하는 연매출 5조원의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특유의 기업 문화에 힘입어 일군 성과였다.


2014년 무렵, 언제까지나 순항할 것만 같던 이 유서깊은 회사에도 위기의 파도가 불어닥쳤다. 당시 마켓바스켓의 최고경영자인 아서 T. 디물러스Arthur T. DeMoulas는 그의 사촌 아서 S. 디물러스Arthur S. DeMoulas로부터 경영권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최고경영자 아서 T. 디물러스는 마켓바스켓 창업자의 후손이다. 그는 평직원으로 마켓바스켓에 입사한 후 보통 직원들과 똑같이 40년을 근속한다. 매대 정리부터 화장실 청소까지 가장 궂은 일부터 하나하나 익혀나간다.


한편, 아서 S. 디물러스도 창업자의 후손이다. 그는 삶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2세, 3세의 그것과 많은 면에서 닮았다. 그는 부모로부터 큰 재산을 물려받는다. 아서 S. 디물러스는 물려받은 재산을 토대로 해외 유학을 다녀오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다.


그러던 중, 아서 S.는 가족기업인 마켓바스켓의 경영권에 눈독을 들인다. 주도면밀한 계획하에 지분을 확보한다. 결국 아서 S. 디물러스 측의 지분이 50.5%에 이른다. 그는 곧 49.5%의 지분을 보유한 아서 T. 디물러스로부터 마켓바스켓의 경영권을 빼앗는다.


경영권 방어에 실패한 아서 T. 디물러스는 마켓바스켓에서 해고된다. 아서 T. 디물러스가 떠난 자리에는 아서 S. 디물러스가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 경영인들이 투입된다.


여기까지는 흔하디 흔한 가족 기업의 경영권 분쟁 이야기다. ‘지분 방어를 하지 못해서 경영권을 빼앗긴다.’라는 지극히 진부한 이야기다. ‘재벌 걱정은 할 게 아니’라는 세간의 푸념처럼, 이 이야기만 두고 보면 경영권을 빼앗긴 아서 T. 디물러스에게도 그다지 동정심이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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