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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서록

과식의 심리학

by 신승건의 서재

고된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집에서 쉬고 있을 때, 보글보글 끓인 라면 한 그릇이 그렇게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런데 시계를 보면 항상 밤 11시 쯤이다.


알다시피 그 시간에 라면을 먹는 것은 몸에 별로 좋을 게 없다. 위장에 부담도 될 뿐더러 자고 나면 얼굴도 붇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손은 어느새 냄비에 물을 끓이고 라면 봉지를 뜯고 있다.


이번에는 오전 11시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잠시 후 점심 시간이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고민중이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먹을 곳은 많은 데 정작 먹을 것이 없다. 비록 한끼 식사지만 기왕이면 더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 팍팍한 삶에 먹는 낙이라도 있어야 하니 말이다.


넉넉하지 않은 시간동안 해결할 수 있으면서도 입맛 당기는 점심 식사가 무엇일까.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지만 결국 만만한 건 햄버거다. 자제를 한다고 하는데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결국 햄버거 런치 세트로 점심을 때운다.


패스트 푸드가 몸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만큼 간편하고,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은 것을 마땅히 찾기도 어렵다. 결국 오늘 한 번만이라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건강에 대한 염려를 뒤로 밀어두고, 찝찝한 기분을 애써 억누른 채 패스트푸드를 찾아 나선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일상 생활에서 가장 빈번하게 마주하는 선택의 문제가 무엇일까. 아마도 ‘무엇을 먹을까?’에 관한 것 아닐까. 수렵 채집의 시대를 지나 농경과 산업화 시대를 거쳐서 거쳐 정보화 시대에 이른 오늘날에도 ‘오늘 뭘 먹지?’라는 질문은 여전히 일상의 중심에 놓여있다. [계속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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