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이나 의료 기술 중에는 원래 만들어진 목적과 다른 용도로 더 널리 활용되는 예가 심심찮게 있다. 대표적인 것이 피부의 주름 개선을 위한 주사제로 널리 쓰이는 보톡스(Botox)다.
흔히 보톡스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보툴리늄 톡신(Botulinum Toxin)이라는 성분의 상표명이다. 투명 셀로판 테이프를 흔히 스카치 테이프(Scotch Tape)라는 상표명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보툴리늄 톡신은 오늘날까지 인류가 개발한 독소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1 g으로 백만 명을 죽일 수 있고,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우유 한 팩정도에 해당하는 200 g으로 전 인류를 죽일 수 있다고 한다.
보툴리늄 톡신은 근육을 마비시키는데, 그 양에 따라 호흡근을 마비시켜 사람을 질식사시킬 수도 있고, 얼굴 근육에 의해 생긴 주름을 펴주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보툴리늄 톡신을 의약품으로 개발한 원래 이유가 안과에서 눈의 사시 치료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나중에 피부 미용의 용도로 사용해보니 효과가 괜찮았고 수요도 더 많았다. 오늘날 보툴리늄 톡신은 주로 피부의 주름 개선 목적에 더 많이 사용된다.
원래 개발 목적과 다르게 쓰이는 의약품은 또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Pfizer Inc.)의 연구진들은 1996년부터 실데나필(Sildenafil)이라는 성분을 가지고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