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아마도 서서히 상해버린 육신에 대한, 혹은 그 육신을 통과해 간 훼손된 감정들에 대한 기록일지 모른다. 제때 건네지지 못한 말들은 입안에서 딱딱하게 굳어 식도를 타고 내려가거나, 끝내 발효되지 못한 채 장기 구석구석에서 썩어 문드러진다. 그렇게 부패가 시작된 마음의 자리엔 악취 대신 캄캄하고 무거운 고요가 고인다.
사람들은 유년의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는 희미한 안개 같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그 시절은 햇빛에 노출된 날카로운 얼음 조각처럼 선명하다. 채워지지 못한 갈증들이 기억의 망막 위에 겹겹이 흉터처럼 내려앉아, 눈을 감을 때마다 그 서늘하고 거친 질감이 눈꺼풀 안쪽을 사정없이 긁어내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의 언어엔 온기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벼려진 칼날들이 허공을 부유하는 방 같았다. 누군가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 대가로 인정받지 못한 다른 생의 여린 살갗을 베어내는 일이라고 그들은 믿었던 것일까? 칭찬과 격려가 소거된 자리에서 형제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비명을 삼키며 침묵을 배웠다.
누군가는 그 결핍의 늪에 발목이 잡혀 영영 그 진득한 어둠 속을 빠져나오지 못했으나, 나는 그 차갑고 견고한 불통의 벽을 짚고 서서 홀로 걷는 법을 필사적으로 익혔다. 사랑받지 못했으므로, 나는 죽지 않기 위해, 혹은 사라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가르치고 날카롭게 연마해야만 했다.
“형제가 어떻게 되세요?”
“3남 4녀 중 여섯째입니다.”
“거의 막내네요. 사랑 많이 받고 자라셨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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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