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죽음과 세금은 결코 피할 수 없다"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서늘한 격언을 듣곤 한다. 하지만 숨 가쁘게 돌아가는 대한민국 도시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세금은 죽음만큼 무겁기보다는, 오히려 공기처럼 우리 주변을 조용히 감싸고 있다.
비 오는 아침,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 위해 테이크아웃한 따뜻한 카페라테 한 잔부터, 평생을 아껴 모은 돈으로 마침내 손에 쥔 내 집의 등기까지. 우리의 모든 경제적 발자국에는 '세금'이라는 이름의 이정표가 아주 정교하게 찍혀 있다.
많은 이들이 세금을 내 통장을 텅비어버리게 '검은그림자'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그 이정표의 궤적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그것이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사회라는 무대를 유지하기 위한 아주 특별한 설계도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오늘은 우리가 돈을 벌고(소득), 쓰고(소비), 자산을 취득하고 보유하는 생애 주기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 은밀하고도 거대한 지도를 함께 펼쳐보려 한다.
영수증 하단에 적힌 '10%의 연대'
[소비세] 일상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팁
나른한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치고 습관적으로 받아 든 결제 금액 11,000원짜리 영수증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그 종이 조각 하단에는 '부가세'라는 항목 옆에 선명하게 1,000원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우리가 맛있는 식사를 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는 순간, 우리는 이미 국가라는 거대한 서비스 업체에 일종의 '팁'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에서 물건을 사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 가격에 포함된 10%의 부가가치세(VAT)는 사실 가장 민주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세금이다. 소득이 많든 적든, 우리는 편의점에서 껌 한 통을 살 때조차 공평하게 국가의 재정에 기여한다. 이 작은 기여들이 모여 국가 전체 세수의 약 25%라는 거대한 강물을 이룬다.
우리가 걷는 깨끗한 보도블록, 밤길을 비추는 가로등, 그리고 언제든 달려와 주는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는 사실 우리가 매일 마시는 커피 한 잔에 섞인 그 1,000원들의 힘으로 움직인다.
물론 모든 소비가 같은 무게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국가가 '이런 소비는 조금 더 책임감이 필요하다'라고 넌지시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것이 바로 개별소비세다. 고가의 자동차를 사거나, 화려한 보석을 고를 때, 혹은 환경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특정 기호품을 소비할 때 우리는 더 높은 비중의 세금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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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