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을 버렸다.

가계부 앱을 버리고, 낡은 계산기를 꺼냈다.

by 신수현

내 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겨우 만 원밖에 쓴 게 맞나?”

퇴근길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과 안주를 사고, 길가에서 마신 커피 몇 잔. 큰 지출은 없었던 것 같은데, 월급날이 일주일도 안 남은 내 통장 잔고는 왜 이렇게 가벼운 걸까? 마치 바닥이 뚫린 독에 물을 부은 것처럼, 돈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작은 틈새로 새어나간다.


사람들은 말한다. “기록할 게 있어야 기록하지, 푼돈을 적어봐야 뭐가 달라지겠어?” 하지만 나는 단호히 말한다. 기록이 쌓일수록 지출은 줄고, 지출이 줄면 내 삶의 주도권이 돌아온다고. 나의 머니로그는 아주 오래전, 종이 냄새 가득한 투박한 용돈기입장에서 시작되었다.



기억의 습관_ 소풍날 쌈짓돈과 용돈기입장


어린 시절, 나는 정기적으로 용돈을 받는 아이가 아니었다. “용돈도 못 받는데 뭘 기록해?”라며 부모님의 가계부 권유에 투덜댔다. 하지만 기록을 시작하자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노동으로 번 돈은 없었지만, 내 주머니엔 생각보다 많은 ‘유입’이 있었다.


소풍날 부모님이 쥐여준 쌈짓돈, 명절에 받은 세뱃돈, 졸업식 축하금까지. 기록하지 않으면 금세 사라졌을 돈들이 ‘용돈기입장’이라는 틀 안에 갇히자 비로소 ‘자산’이 되었다. 숫자로 적힌 돈은 더 이상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내 어린 시절의 경제적 성취이자 욕망의 흔적이었다.



20대의 훈장_너덜너덜해진 은행 가계부


사회 초년생 시절, 월급은 쥐꼬리만 했고 세상은 유혹으로 가득했다. 스마트폰 앱도 없던 때, 연말이면 은행에서 나눠주는 가계부를 받으러 퇴근길 은행 창구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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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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