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만 마스터셰프

허기진 어린 시절이 만들어낸 사랑의 기록

by 신수현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조금은 씁쓸하고, 대부분은 허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가난은 입천장에 달라붙는 끈적한 갈증 같아서, 아무리 침을 삼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무언가였다. 형제들이 북적이는 좁은 방 안에서 우리를 버티게 한 것은 알 수 없는 단맛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식들의 배를 깨끗한 기운으로 채우려 했던 부모님의 고집스러운 사랑이었다.


시골을 떠나 서울의 건조한 공기 속에 던져지고 나서야 알았다. 그때 우리가 먹었던 것은 단순한 투박한 음식이 아니라, 누군가의 뼈와 살을 깎아 만든 삶의 정수였다는 것을. 이제는 별미라 불리는 그 소박한 허기들이 사실은 엄마라는 이름의 마스터 셰프가 매일같이 치러낸 전쟁의 산물이었음을 말이다.


고기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고기'라는 단어는 입안에 넣기만 해도 기름진 무게감이 느껴지는 귀한 명사였다. 그것은 제삿날의 엄숙함이나 아버지와 할머니의 생신 같은 특별한 날에만 허락되는 은총이었다. 우리 생일에는 그저 마당에서 뛰놀던 닭 한 마리를 잡아 매콤하게 볶아내는 것이 전부였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축복받았다고 믿었다.


그 시절, 돼지고기 살점 끝에 붙은 하얀 비계는 내게 공포에 가까운 거부감을 주었다. 요즘 사람들은 그것을 콜라겐이라 부르며 즐기지만, 어린 내 눈에는 비계가 그저 형태 없는 슬픔처럼 물컹거렸고, 씹을수록 이상한 불쾌감을 주는 이물질일 뿐이었다. 나는 젓가락 끝으로 그 하얀 부분을 깨끗이 떼어내 버리곤 했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공짜로 얻은 소중한 식재료였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너무 어렸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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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기다리며 글을 씁니다. 멈춘듯, 흐르지 않는 어둠과 함께 ... 시간에 대한 후회, 반복되는 상처로 인해 글은 저의 치료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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