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평한 세상, 비교의 늪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전 세계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머리로 알고 있지만, 늘 새롭고 항상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삶을 사는구나'를 항상 느끼게 하는 환경이었던 것 같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말은 누구나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특히 Social Media 가 전 세계적으로 활성화가 되어 있는 지금, 다양한 사람들의 sns를 통해 서로를 비교하는 현상들이 젊은 세대에 나타나 사회적 문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나는 대학 재학 시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되지 하는 생각이 꼬리를 물며 내 주변 친구들의 인생을 비교해 본 적이 있다. 그리고선 '아 정말 세상은 불공평구나. 남들의 인생과 비교에 아무 의미를 두지 말자'라고 결론지었다.
해탈하며 아무 의미 없구나 느끼게 해 준 각 친구들의 인생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모든 유학생이 이런 것은 아니며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난 특정인물들의 배경이다)
대학교 1학년 때에, 스페인어 수업에서 만나게 된 친구이다. 카타르에 대해선 정말 알고 있는 게 많이 없었는데, 그나마 알고 있던 정보는 단순히 돈이 많은 아프리카 위에 있는 나라라는 것이었다.
과제를 같이 하게 되며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카타르에 대해 정말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래 내용은 카타르 출신 유학생 친구가 말해준 내용으로, 실제 혹은 현재의 정책과는 다를 수 있음) 먼저, 카타르에서는 유학생활을 시작하기 전부터, 즉 예비 유학생 시절부터, 이미 석유기업과 취업계약을 완료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학에 들어가는 학비 등 모든 비용은 계약한 국가 소유의 석유 기업에서 부담한다. 그리고 이후 졸업 시에 바로 해당 회사로 취업하여 일을 시작할 수 있어 유학을 마치고 바로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이 보장되어 있다. 또한, 유학생은 국가인재로서 인정을 받으며 카타르 정부에서 매월 약 700만 원의 용돈을 생활비로 지급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용돈을 나라에서 700만 원씩 지급한다고 한다... wow) 또한 카타르에서 결혼을 하게 되면 단독주택을 나라에서 무료로 제공한다. 부모님의 재력으로 인생을 편하게 산다면 흔히 금수저라고 표현하는데, 국가의 재력으로 시민으로서 이렇게 지원받으며 사는 것은.... 다이아수저 그 이상이 아닐까 싶은 어마어마한 복지인 것처럼 보인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 친구는 '인생'이라는 것에 대한 고민하는 개념 자체가 아예 달랐다.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대부분이 중국인일까 싶을 정도로 중국 유학생은 정말 많다. 또한 중국유학생은 기본적으로 '부자'라는 이미지가 확실히 있다. 대부분 부잣집 외동 자녀들인데 내가 만난 이 친구 역시 부잣집 외동아들이었다. B는 베이징에 있는 대형 병원 병원장을 하시는 아버지와, 정부 소속으로 근무하시는 어머니 밑에서 외동아들로 자랐다. 홀로 유학생활을 하면서 차를 3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아우디 Q8, BMW M6, 그리고 벤츠 slk amg였다. 항상 내가 유학하던 동네에서 가장 비싼 중국집에서 밥을 사주는 좋은 친구였다. 학교를 다니지만 에세이, 논문, 과제 등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했으며 (돈 받고 대신 에세이 작성하는 학생 및 업체 이용) 용돈으로 주식 놀이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B의 집에는 온갖 게임 관련 기기들이 있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하며 보냈었다. 그러면서도 가끔 어머니가 용돈을 좀 더 주셨다며 그 돈 가지고 뭐 하지라고 말할 때마다 참 이해가 가지 못했던 적이 많이 있었다.
C는 지금도 자주 연락하는 미국에서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유학생은 아닌 불법 이민자인데, 영화에서만 보던... 실제로 걸어서 두 발로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온 친구다.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아버지와 형제 (여자 형제 제외) 들과 함께 돈을 벌기 위해 미국으로 걸어서 건너갔으며 (그때 당시 C는 13살이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두 번이나 국경 경찰에게 잡혀 멕시코로 다시 보내졌으나, 세 번째 시도에서 걸어서 국경을 넘기를 성공하며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중학교 때부터 식당 설거지 일을 시작하며 이런저런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가난이라는 것은 쉽게 넘을 수 없었으며,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형제들은 갱단 혹은 마약 관련 업에 빠지게 되었고, C만 안 좋은 길로 빠지지 않고 가족 중 유일하게 대학까지 진학하여 본인이 가족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책임감을 가지고 정상적인 인생을 꾸리겠다는 마음이 강한 친구였다. 아르바이트 2개 이상을 항상 하며 생활비, 학비를 직접 벌었고 동시에 멕시코에 있는 어머니와 여자형제들에게 돈을 보내면서 틈틈이 대학 공부도 하는 정말 열심히 인 친구였다. (이러한 C의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그래서 지금까지도 자주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지금은 대학 졸업 후 미국 서부의 대형마트 지점장으로서 근무하고 있다.
소개한 세명의 친구들 외에도 정말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다른 누군가'에 대한 비교 보단 '나' 에만 집중하는 것 이 더 의미 있는 내 인생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특히 요즘 시대에서 인생에 대한 타인과 나의 비교뿐 아니라 '비교' 그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위 세명의 인생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표면적으로는 같은 학교를 다니고 같은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비슷한 예로, 한국의 이혼율이 프랑스보다 높다는 비교 가 있는데, 실제로 이혼율만 본다면 한국이 더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배경엔 '동거'를 법률혼으로 인정하는 법 등 배경이 두 나라가 다른 점, 그리고 문화적 차이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교로 사실과는 다른 잘못된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오래전 미국 남부 지방에 훈련소를 짓던 미 육군은 그 지역에서 매년 수십만 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는데, 해당 지역 주변은 말라리아가 발생하지 않는 (발생할 수 없는) 지역이었고 그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실험과 시도를 하였으나 실패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알게 된 어이없는 사실은, 남부 지방에서는 말라리아가 감기나 몸살을 나타내는 일상 용어 이기 때문에 남부지방에서의 말라리아 발생률은 단순 감기 발생률이었다. 이를 모르고 비교하면서 난리가 났었다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이렇듯 비교는 결국 다양한 배경과 주변 환경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으며 우리는 배경을 고려하지 않는 표면적인, 보이는 부분만 비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나'에 대한 중심을 잘 찾고 집중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앞으로는 '타인'에 대한 공부를 하는 만큼 '나'에 대한 공부를 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