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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큐 Oct 01. 2024

《천재들의 무기》 안내서

프롤로그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레오나르도 다빈치, 상상 속에서는 우주를 거닐었지만 정작 자신의 집을 찾아가는 것에는 서툴렀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과거를 숨기고 싶어 본인의 전기작가에게까지 거짓말을 일삼던 코코 샤넬, 비난했던 아이디어를 마치 스스로 생각해 낸 듯 떠벌리던 스티브 잡스, 자기가 쓴 자기계발서의 문구를 지키지 못해 자책했던 벤자민 프랭클린, 물리학은 지배했지만 주식은 지배하지 못했는지 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았던 아이작 뉴턴, 도박과 내기에서도 고트(GOAT)인 마이클 조던, 폭언과 비난에서조차 창의적인 일론 머스크, 난봉꾼 파블로 피카소, 자기 합리화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던 빈센트 반 고흐.



          들의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미래를 걱정했고 돈이 떨어질 것을 염려했으며 시험에서 떨어질까 불안해했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괴로워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천재들의 인간적인 모습은 나에게 위안이 되었다. 나의 변변치 못한 행동들의 면죄부가 되어 주었다.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그들과 나의 차이는 무엇일까? 왜 그들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걸까? 내가 모르는 그들만의 무언가가 있었던 걸까?



         나는 그들의 무기를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누군가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글쓴이에 의해 각색된, 그럴싸하게 포장된 성공담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통찰을 얻고 싶었다. 호기심이 깊어질수록 나의 책장은 인물의 서사를 담은 책들로 채워져 갔다. 그렇게 거창한 프로젝트는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수년이 지난 이제야 《천재들의 무기》는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천재들의 무기》에서는 천재들과 그들이 가진 무기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문학 서적은 아니다. 오히려 실용서에 가까운 편이다. 인물의 서사보다는 각자의 무기가 어떻게 위대한 업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는지, 더 나아가 그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무기를 가질 수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무기는 단 한 개다. 논지를 흐리지 않기 위해 한 사람당 하나의 강점에 집중하였으며 서로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였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천재들은 상반된 특성을 갖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다. 다빈치는 혼란을 즐겼지만 뉴턴은 대개 무언가를 체계적으로 집대성하고 싶어 했다. 고독 속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고흐에 비해 다윈은 사람들과 함께 과업을 달성하였다. 피카소가 평생에 걸쳐 그의 화풍을 발전시켜 나갈 때 아인슈타인은 순간의 집중력으로 대부분의 업적을 '기적의 해'라 불리는 1년 동안 이루어냈다. 손정의가 수십 년 청사진을 그리고 있을 때 제인구달은 침팬지의 작은 행동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일론 머스크처럼 숲과 나무를 동시에 신경 쓰는 사람도 있었다. 한 마디로 천재들은 다양했다.



          다양성은 천재들을 선정할 때의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우선 되도록 다양한 시대의 인물들을 고르려 했다. 수백 년 전 인물부터 현존하는 사람까지 모두 포함하였다. 직업적 다양성도 신경 썼다. 다재다능했던 천재들을 하나의 직업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웠지만 억지스럽게라도 예술가, 과학자, 철학자와 작가, 기업가와 정치인, 기타 분야(운동선수, 패션디자이너, 건축가 등)로 나누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하였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성비이다. 상대적으로 세상을 바꿀만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여자들은 많지 않았다. 여자들에게 그리 너그럽지 않은 시대가 지속되었던 탓에 남자들에 비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래도 가급적 여자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애썼다.



          무기를 고를 때도 원칙이 있었다. 노력해서 따라 할 수 없는 부분은 제외하였다. 가령 아인슈타인의 두뇌, 피카소의 데생 실력, 모차르트의 연주력, 마이클 조던의 점프력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최소 흉내라도 낼 법한 것들로 구성하였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무기들은 크게 창의적인 사고, 사회적 기술, 자기 관리, 타고난 기질로 나뉘었다. 아마 이 4가지 범주가 남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열쇠인 듯하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출판된 책들을 주로 참고해야 했다. 영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원자료는 영어가 아닌 경우도 많아 접근하기 어려웠다. 설사 가능하더라도 효율적이지 않았다.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연구한 결과물들이 충분히 있는데 부족한 내가 굳이 직접 찾아볼 필요가 없었다. 다만, 특정 작가의 생각에 치우치는 것은 경계해야 했다. 때문에 사실 위주의 쓰인 책을 주로 참고하였고 가급적 한 인물에 대한 서로 다른 작가가 쓴 두 권 이상의 책들을 분석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책이 평전-혹은 전기-만 109권에 달한다. 모두 합치면 무려 7만 9천 페이지를 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나마도 계속 늘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다. 천재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더 필요했다. 인문과학, 예술, 철학, 심지어 문학작품들까지 읽어야 그들의 삶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천재들의 삶을 통해 생각의 재료들을 쌓고 있었다. 어찌 보면 수년간의 연구에서 얻은 진짜 수확은 이 부분일지도 모른다. 특정 분야에 입문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굵직굵직한 인물들의 인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때문에 우리는 천재들의 삶을 통해 다방면의 역사를 익힐 수 있다. 게다가 천재들의 삶은 씨실과 날실이 교차하는 태피스트리처럼 서로 얽혀 있었다. 나는 자연스레 예술을 철학의 관점에서, 철학을 과학의 관점에서, 과학을 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한 분야의 역사를 들여다본다고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다.



          이제 지난 수년간 쌓아온 연구의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한다.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가지 고백할 것이 있다. 나는 아직 프로젝트를 완성하지 못했다. 책장에 있는 평전들을 다 읽지도 못했고 심지어 대상이 되는 천재들을 모두 선정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완벽주의적인 내 성향을 버리기로 했다. 모든 것을 집대성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뉴턴의 방식이 아닌,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다빈치의 방식을 차용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천재들을 연구하며 내가 변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연재에서는 42명의 천재들을 다룰 것이다. '42'는 더글라스 애덤스가 쓴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언급한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이라는 그 숫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연구가 궁극의 해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나와 독자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작은 힌트라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42명 중 《천재들의 무기 1》에서는 21명을 다룰 예정이다.



          이제 관심이 좀 생겼는가? 천재들의 삶을 깊숙이 들여다볼 이유가 생겼는가? 그들의 무기를 훔쳐보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되었는가? 그렇다면 나와 함께 이 거창한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준비가 된 것이다.


첫 번째 인물은 천재 중의 천재 레오나르도 다빈치이다.

그럼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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