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

by 신성규

“국가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종종 서로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중국이 국영기업에 막대한 재정 지원을 쏟아붓는다며 비판하는 동안, 미국은 세금 감면과 토지 임대료 인하 같은 인센티브를 두고 ‘시장 친화적’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 두 나라는 각자 자국 기업에 ‘보이지 않는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차이는 크지 않다.


중국 정부는 전략 산업을 국영기업으로 묶고, 직접 자금을 투입해 기술 개발과 생산 규모 확대를 이끈다. 반도체, 전기차, 5G 통신장비 등 주요 분야에서 국책은행 융자를 앞세워 민간 기업을 사실상 국가산업의 기둥으로 삼아 왔다. 국제사회가 “불공정 보조금”이라 비판해도, 중국은 “우리도 자국 이익을 지키는 당연한 권리”라 반박한다.


반면 미국은 과세 감면, R&D 세액공제, 조달 우대 같은 방식을 취한다. ‘조세특구’, ‘오퍼튜니티 존’을 통해 기업에게 법인세와 재산세를 면제해 주고, 반도체나 첨단 배터리 공장에 수십 년간 무상 토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겉으로 보기에 시장에 맡긴 체제 같지만, 실은 정부가 민간을 ‘부양’하는 다른 이름의 국책 지원이다.


실제 효과면에서는 두 모델이 큰 차이 없이 민간기업의 성장을 유도한다. 그럼에도 미국은 “우리는 시장친화적이다”라고 주장하고, 중국은 “우리는 계획경제”라 비난받는다. 이것이 바로 국제 무대에서의 이중잣대다.


결국 두 모델은 서로 다른 포장을 썼을 뿐, ‘국가가 기업 경쟁력을 위해 자원을 대거 투입한다’는 점에서 같다. 진정한 차이는 “어떤 철학과 원칙 아래 지원을 설계하느냐”이다. 중국은 계획경제의 투명한 지원 모델을 내세우지만, 그만큼 정치적·사회적 통제도 동반한다. 반면 미국은 지원 내역을 세법 속에 숨김으로써 공개성과 민주적 검증의 기회를 제한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모든 국가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국제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WTO나 OECD 차원에서 “직접 지원”과 “간접 지원” 모두를 동등한 잣대로 평가하고, 그 규모와 대상을 시장이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반도체·배터리·AI 같은 전략 산업에서는 다자 협력을 통해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 지원이 특정 국가의 이익만을 야기하지 않고, 글로벌 산업 생태계의 안정과 확산에 기여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이제는 “누가 더 시장 친화적인가”라는 담론을 넘어서야 한다. 국가 지원이냐 방임이냐를 논하는 대신, ‘투명성·공정성·지속 가능성’을 기반으로 세계가 함께 합의할 수 있는 새로운 경쟁 규칙을 만들어갈 때다. 그렇게 할 때만이, 우리는 편파적 비판과 이중잣대의 굴레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공정 무역과 기술 혁신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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