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금융

by 신성규

금융은 숫자의 세계라지만, 그 숫자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사람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의 물꼬를 트는 것은 언제나 정치의 언어였다. 조지 소로스와 레이 달리오는 이 진실을 가장 먼저 꿰뚫어 본 트레이더들이다.


조지 소로스는 시장을 합리적인 시스템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시장을 오류와 착각의 연쇄로 보았다. 그의 ‘반사성 이론’은 명확하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우리가 보고 싶은 방식대로 본다. 그리고 그 기대가 다시 현실을 바꾼다.”


예를 들어 정치가 불안정해진다. 사람들은 불안 속에서 도피처를 찾는다. 소로스는 그 집단 심리의 왜곡된 기대에 베팅했다. 한 나라의 통화가 무너질 것이라는 믿음이 시장을 덮치기 전에 그는 이미 그 믿음 위에 포지션을 세웠다. 그리고 그 믿음은 현실이 되었다. 소로스는 투자를 한다기보다, 세계의 자기암시에 대한 메타적 투기를 했던 셈이다.


반면, 레이 달리오는 훨씬 구조적이다. 그는 세상을 큰 톱니바퀴가 맞물린 기계로 본다. 정치는 그 기계의 스위치이며, 금리는 윤활유, 통화는 에너지, 전쟁은 회로 단락이다.


그의 철학은 단순하다. “모든 것은 주기를 따른다.” 거대한 부채 사이클, 정치적 양극화, 지정학적 충돌… 그는 인간의 규칙성을 추출해냈다. 그는 시장이 감정으로 움직이더라도, 그 감정 또한 일정한 흐름을 갖는다고 믿었다.


감정과 구조의 경계에서 소로스는 불안정한 인간에 베팅했고, 달리오는 예측 가능한 인간을 설계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정치를 금융의 심장부로 보았다. 정치란 인간의 의지와 감정이 제도라는 옷을 입은 형태고, 금융이란 그 제도가 만들어내는 공포와 희망의 시세표다.


우리는 흔히 정치는 거대하고 멀리 있는 것이라 생각하지만, 정치는 우리가 무의식중에 매일 가격을 붙이는 신념의 집합체다. 주식을 사는 것, 채권을 버리는 것, 금을 움켜쥐는 것. 그 모든 선택에는 “어떤 미래가 올 것이다”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리고 그 믿음의 흐름을 읽어내는 사람이, 정치철학자가 되지 않더라도 훌륭한 트레이더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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