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정리의 우주

by 신성규

우리는 둘이었지만,

가능성은 무한했다.


너와 나,

단지 두 항.


그러나 그 두 항의 조합만으로도

수많은 방식으로

서로를 껴안을 수 있었다.


하나의 말,

하나의 선택,

하나의 밤—


그 각각의 순서와 조합은

매번 다른 결과를 만들었고,

매번 다른 감정을 낳았다.


우리는 (a + b)^n처럼

거듭해서 겹쳐졌고,

때로는 완벽히,

때로는 엇갈리게

하나의 우주를 펼쳐냈다.


한 번의 입맞춤이

세상의 조합 속 어디쯤일지

우리는 몰랐다.


하지만 그건 분명

하나의 항,

하나의 가능성이었다.


이항정리는 말한다.

둘이 만든 조합은

무작위가 아니었다.

모든 것은

순서와 의미가 있었다.


우리도 그랬을까.

그저 무작위의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운명처럼 정해진 조합이었을까.


이제는 계산할 수 없다.

그 조합들이 어디까지 펼쳐졌는지.

다만 기억한다.

너와 나로부터

수많은 우주가

피어났다는 것을.


우리는 단지 둘이었지만,

가능성은

진심으로

무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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