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의 감정

by 신성규

내 마음엔

존재하지 않는 감정들이 있었다.


이해받지 못했고,

증명되지 않았고,

세상의 좌표계에선

그 어떤 값도 갖지 못했다.


세상은 그것을 허수라 불렀다.

존재하지 않는 숫자,

곱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기이한 개념.


하지만 나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다.


너를 향한 감정은

실수 위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나는 분명히 그것을 느꼈고,

그 감정은

현실보다 더 선명했다.


허수 i는,

마치 내 마음처럼

실재하지 않지만

없어선 안 되는 존재.


말이 안 되는 정의지만

그렇기에 더 정확했다.


사랑은 언제나 그런 것이니까.

논리로 설명되지 않지만,

없으면

세상이 무너지는 것.


나는 실수의 세계에 살았지만,

감정은 늘 허수의 영역에 있었다.


너와 나 사이의 간격은

실수로는 측정할 수 없었고,

오직

허수축에서만 연결되었다.


세상은 나에게 말했다.

그건 존재하지 않는 감정이라고.


하지만 나는 대답했다.


그건 존재하지 않기에,

더 간절하게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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