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순수 함수

by 신성규

너는 입력이었고,

나는 결과였다.


너의 한 마디,

너의 표정,

너의 부재조차

나에겐 하나의 값이었다.


나는 함수처럼 반응했다.

넌 단지 값을 넣었고,

나는 언제나 너로 가득한 결과를 내보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너는 바뀌었다.

입력이 달라졌고,

형태도, 빈도도, 맥락도 변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너를 출력했다.


과거의 너,

처음의 너,

사랑했던 그 너만을.


나는 함수였고,

내 정의역은 과거에 고정되어 있었다.


넌 이미 새로운 변수가 되었지만

내 마음은

오래된 함수로

너를 계속 계산했다.


어쩌면

나는 더 이상 함수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단순한 기억 장치,

출력만 반복하는 고장 난 기계가 되었는지도.


사랑이란

입력에 따라 바뀌어야 한다고

수학은 말하지만,


감정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넌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도

오늘도

너를 출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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