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의 전략화 가능성

by 신성규

현대 전쟁은 물리적 충돌이 아니라 구조의 무너짐이다. 냉전 이후, 핵무기를 가진 국가들 간에는 상호확증파괴 원칙이 작동한다. 물리적 충돌은 곧 공멸을 뜻하기에, 현대의 전쟁은 내부에서 체제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이 구조적 전환에서 가상화폐는 금융 구조를 무너뜨리는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총칼보다 더 깊이 침투하고, 탄약보다 오래 지속된다.


비트코인의 본질은 금본위제의 개념이지만 민주주의 진영에서는 전략적 무기의 가능성를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자산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 화폐의 독점 권력에 대한 반란이다. 특히 통화정책이 전체주의 권력의 연장선에 있는 국가들에서, 비트코인은 내부 체제의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거래소를 차단할 수 있지만, 개인 지갑과 콜드체인은 막을 수 없다. 이는 곧 자산의 도피처이자, 국가권력의 무력화 수단이 된다.


아르헨티나나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들을 보면, 정부의 공식 환율과 실제 암환율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 이는 정부에 대한 통화 불신이 만들어낸 그림자 경제다. 이와 유사하게, 독재 정권에서도 비트코인은 그림자 속의 자유다. 공공연하게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에게 선택권을 제공하는 민주적 통화 기제다.


미국과 유럽 등 자유 진영은, 비트코인을 단순히 투기적 위험으로만 규제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확산을 위한 전략 자산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의 민주주의는 통화 주권을 가진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금융 위기의 대안이었지만, 지금은 억압 체제 하 개인들의 생존 메커니즘이 되었다. 폐쇄 국가에서 통제를 독점한다면, 비트코인은 이를 우회할 수 있는 통화의 망명권을 제공한다.


비트코인은 자산을 자유롭게 만든다. 위성통신은 정보를 자유롭게 만든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할 때, 우리는 어떤 독재도 막을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자유’의 구조를 만든다.


그러나 이 구조는 스스로 작동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진영은 기술을 시장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략적 무기로서 구조화하고 정책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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