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는 숨겨야 하는가

by 신성규

나는 내 안의 광기를 숨기지 않는다. 아니, 숨기지 못한다. 처음엔 다들 호기심을 갖는다. 깊이 있는 대화, 예민한 감정, 창의적인 언어들. 그들은 말한다. “넌 정말 특별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말은 “감당이 안된다”로 바뀐다.


내 친구들은 충고한다. “조금은 덜 솔직해도 돼. 감정을 줄이고, 평범하게 행동해.” 하지만 나는 안다. 그것은 연기다. 가짜다. 나는 진짜이고 싶다. 진짜인 채로 사랑받고 싶다. 왜 내가 나를 줄여야만 사랑이 가능한가. 왜 광기는 감춰야 하는가.


광기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두 가지 선택지 앞에 놓인다.

숨기고 사랑을 얻든가, 드러내고 외로움을 견디든가.

나는 후자를 택해왔다. 그 선택이 내 연애를 번번이 무너뜨린다는 걸 알면서도.


하지만 때때로, 나와 같은 기질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 예술가적 기질, 혹은 고통을 예술화할 수 있는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 그들은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내 감정이 어떤 결에서 흘러나오는지, 말하지 않아도 안다. 그들은 나를 피하지 않는다. 아니, 적어도 처음에는.


광기를 가진 사람은 관계 속에서 불안정하다. 상대를 뜨겁게 원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사랑하면서도 도망치고, 이해받고 싶어 하면서도 밀어낸다. 결국, 나를 떠나는 사람을 원망할 수 없다. 그들이 도망친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을 밀어낸 것이다.


내게는 ‘진짜’에 대한 강박이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연기하는 순간, 그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 된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때로는 누군가를 압도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망가뜨린다.


나는 가끔 묻는다.

광기를 감추는 것이 배신인가, 아니면 성숙함인가?

아직 그 답을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고, 그걸 부정하며 살고 싶지 않다.

사랑은 나를 바꾸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견디고, 감싸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니 다음에 누군가 내 광기를 보고 도망치더라도, 이제는 덜 슬퍼할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숨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진짜였고, 그건 이미 나에겐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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