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질린다’는 감정을 너무 쉽게 꺼낸다.
마치 그것이 내게 더 이상 의미 없다는 듯,
더 이상 배울 게 없다는 듯 말하지만,
사실 그 감정 뒤에는 질림이 아니라 두려움이 숨어 있다.
어쩌면 나는 실패를 피하기 위해 미리 포기하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 일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객관적 분석을 내세우지만,
그 분석은 진짜 객관이 아니다.
사실은 그 판단조차 실패를 두려워하는 내 방어기제일 뿐이다.
나는 메타인지를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그조차도 편향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내 사고는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기울어 있었고,
내 능력을 저평가하며, 스스로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동했다.
“질린다”는 건 가짜 감정이다.
진짜 감정은
“내가 이걸 해도 결국 실패하지 않을까?”
“이 일에 재능이 없다면, 사람들 앞에서 무너질까 봐 두렵다.”
하는 두려움과 자기 회피다.
어쩌면 나는 무엇을 해도 내가 최고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을
너무 빠르게, 그리고 자의적으로 내리는 습관이 있다.
그건 내가 겸손해서가 아니라,
실패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자존감의 붕괴를 미리 피하기 위한 행동이다.
그러니까 나는 두려움 앞에서
‘질렸다’는 말로 도망친다.
지겹다는 말 뒤에 숨어, 사실은 내 자신을 믿지 못한 것이다.
내가 가진 능력이 출중하지 않다고 스스로 속단했고,
그렇기에 도전조차 하지 않으면 실패도 없다는 논리로 나를 합리화했다.
이제는 안다.
이건 생각처럼 깨어 있는 성찰이 아니라,
편향된 인식 속의 회피형 사고였다.
진짜 메타인지는
스스로를 잔인하게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의 두려움을 정확하게 인정하고, 꺼내어 보는 일이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법.
내 능력의 평균치를 견디는 법.
그리고 최고가 아니어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