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JYP 주주로서 요즘 한국 사회의 반중 정서를 보며 복잡한 심정을 느낀다. 분노는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적 대응은 전략이 될 수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문명 게임에서 보듯 문화로 승리하는 길이다. 군사와 경제가 한 시대를 지배할 수는 있어도, 결국 그 뒤에 남는 것은 문화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에도 유럽인들이 스스로를 로마인의 후예라 자처하듯, 문화는 시간과 국경을 넘어 지배한다.
오늘날 한국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K팝이다. 중국과의 정치 갈등은 언제든 변할 수 있지만, 전 세계 팬덤이 만들어낸 K팝의 네트워크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K팝에 열광하는 해외 팬들—특히 서구의 젊은 세대—를 보면 약간 ‘너드’ 같은 결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너드적 열광’이 문화의 힘이다. 주류 사회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이 한국 문화 속에서 새로운 소속감과 자존심을 얻는다. 이는 일종의 문화적 선민의식이며, 한국은 이를 통해 보이지 않게 세계 곳곳에 자국의 상징을 심어가고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종종 프랑스를 떠올린다. 프랑스는 방산·원자력 같은 하드파워와 더불어, 명품·화장품·예술·철학 같은 소프트파워를 통해 세계에 독특한 위상을 구축해왔다. 프랑스 문화에 매혹된 사람들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프랑스적 정서의 일부를 내면화한 사람들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K팝, 드라마, 화장품, 웹툰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한국적 감수성을 세계인 속에 이식하는 매개체다. 나아가 한국 역시 조선·방산·원자력·화장품 산업을 통해 프랑스가 걸어온 길과 유사한 궤적을 밟아가고 있다. 그렇게 한국은 점점 ‘프랑스적 민족성’을 띠어간다.
반면 일본은 독일을 닮았다. 일본 국민의 성격은 규율과 질서를 중시하고, 기술과 정밀성을 자부한다. 한국인이 정서와 감정으로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프랑스적 기질을 가졌다면, 일본인은 구조와 질서를 유지하며 점진적 변화를 택하는 독일적 기질을 가졌다. 한국은 문화적 열정으로 세계를 흔들고, 일본은 기술적 완성도로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
이 대비는 동북아의 미래를 암시한다. 중국이 미국처럼 거대한 내수와 군사력으로 움직인다면, 한국은 문화와 감성으로, 일본은 기술과 규율로 세계 질서에 개입하게 될 것이다. 과거 400년 동안 유럽이 세계를 주도했다면, 21세기 후반에는 동북아 세력이 같은 위치에 설지도 모른다.
따라서 나는 반중 시위 같은 감정적 대응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길을 지지한다. 그것은 바로 문화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를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 물결이 누군가에게는 대중음악이고, 누군가에게는 화장품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언어와 정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흐름을 멈추지 않고, 더욱 깊게, 더욱 넓게 확산시키는 것이다.
프랑스가 “문화 제국”으로 유럽을 지배했듯, 한국 역시 21세기 문화 제국의 길을 걷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정치적 대립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문화의 승리로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