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특권이자 권리

by 신성규

한국에서 산다는 것은 때로 조화와 충돌의 연속이다. 우리는 서구의 철학과 교육을 배우지만, 그것을 적용할 사회적 토양은 한국적 현실이다. 개인의 자유, 합리적 사고, 자기 표현을 강조하는 서양적 이상은 한국의 조직문화, 위계, 집단 중심적 규범과 충돌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고통받는다.


나는 점점 깨닫는다. 한국에서 억지로 적응하려는 노력보다, 서구 사회로 나가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는 사실을. 서양에서는 내가 배운 가치와 사고 방식이 ‘정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그곳에서야, 한국에서 고통받던 내가 비로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우리는 ‘정상’을 강요받지만, 그 정상은 우리가 내면으로 받아들인 교육과 철학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고통이 생긴다. 반대로 외국에서는,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내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정당화하고, 새로운 기준 속에서 존재하게 한다.


이 경험은 인간 존재의 상대성을 상기시킨다. 정상과 비정상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것은 문화적 맥락과 사회적 규범 속에서 결정된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국이 정상이고, 다른 사람에게는 서구가 정상일 수 있다. 우리가 고통받는 이유는, 우리의 내면과 사회가 같은 언어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란 단순히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사고와 가치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다. 한국에서 나는 자유를 잃었다. 그러나 이방으로 떠날 때, 나는 규범과 기대의 압박에서 벗어나, 사고와 존재를 온전히 펼칠 수 있다.


이방인의 정체성은 고립과 소외를 수반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내적 기준을 지키는 자유를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자율은,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정상’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세계를 찾아 움직일 때 실현된다.


결국, 나는 이방인이 된다. 그러나 그 이방인의 삶 속에서야, 나는 비로소 나 자신의 주인이 된다. 고통과 낯섦 속에서 피어나는 자유, 그것이 바로 이방인의 특권이자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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