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성이란 무엇인가

by 신성규

“민족성”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위험하다. 그것은 사람들에게 본질을 상기시키고, 유전자와 혈통 같은 고정된 운명을 떠올리게 한다. 한 번 본질론의 길로 들어서면, 차이는 쉽게 우열로 변질되고, 다양성은 배제의 도구로 바뀐다. 그래서 학문과 사상은 오랫동안 민족성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살아가며 그 사회만의 공기, 풍토, 정서를 경험한다. 한국에 살면 끝없이 미래를 향해 달려야 하는 압박을 느끼고, 일본에 가면 주어진 자리에서 균형을 지키려는 태도가 일상 속에 스며 있음을 목격한다. 이런 차이는 개인의 성격을 넘어, 사회적 패턴으로 반복된다. 본질은 아니지만, 습속으로 존재한다.


여기서 우리는 민족성을 다시 정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혈통적 본질이 아니라, 역사와 제도, 반복된 집단 경험이 형성한 풍토다. 즉, 민족성은 사람들 속에 새겨진 DNA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나눈 시간과 습관의 퇴적층이다.


그렇기에 민족성은 위험하면서도, 동시에 무시할 수 없다. 위험한 이유는 본질론으로 오해되기 쉽기 때문이고,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이 실제로 사회의 행동 양식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민족성”이라는 단어 대신, 풍토 혹은 문화적 기질이라는 표현으로 더 섬세하게 다가가야 한다.


민족성이란, 실체라기보다 공기다. 잡히지 않지만 언제나 호흡 속에 스며들어 있는, 사회가 사람을 길들이는 방식이다. 그것을 본질이라 착각하면 폭력이 되고, 풍토라 인식하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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