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인간이 50세에 죽는다고 생각하며 살아갔다면, 지금의 우리 삶은 전혀 달랐을 것이다. 오늘의 순간은 더 절박했고, 내일은 결코 당연하지 않았다. 매일의 숨과 발걸음이 의미로 가득 차 있었을 것이며, 작은 기쁨조차 소중히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은 긴 수명을 부여받았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우리는 시간이라는 압박에서 자유로워졌지만, 동시에 새로운 불행을 얻었다. ‘오늘’의 중요성은 희미해지고, 미래에 대한 계획과 걱정이 우리 삶을 장악한다. 지금 이 순간의 기쁨은 연기되고, 마음속 불안과 공허는 점점 커진다.
긴 수명은 인간 심리 구조와 맞지 않는다. 우리는 본래 제한된 시간 안에서 의미를 만들고, 죽음의 압박 속에서 삶의 긴장과 즐거움을 느끼도록 설계되었다. 그러나 과학과 의학이 수명을 늘리면서, 삶의 자연스러운 긴장은 사라지고 대신 무기력과 불안이 자리잡았다.
결국 인간의 불행은 수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긴 수명과 우리의 심리 구조가 어긋난 데서 온다. 오래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축복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영원히 만족할 수 없는 삶’이라는 역설이 숨어 있다. 우리는 끝없는 내일 속에서 오늘을 놓치며 살아간다.
그리고 이 역설 속에서, 인간은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떻게 하면 지금을 진정으로 살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