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저마다 다른 층위의 윤리의식을 지니고 살아간다. 그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배움과 경험을 통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같은 깊이를 갖출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얕은 강처럼 흘러가고, 어떤 이는 깊은 심연처럼 고요히 자리한다.
우리는 때때로 타인의 부족한 윤리와 마주하며 절망한다. 왜 이렇게 무책임한가, 왜 이렇게 천박한가, 왜 이렇게 자기밖에 모르는가. 그러나 그것은 곧 세계의 평균적인 교양이 우리가 바라는 만큼 높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만약 모든 이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양과 성찰을 가졌다면, 세계는 지금처럼 탐욕과 무지로 얼룩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세계는 언제나 기대보다 더 거칠고, 더 낯설고, 더 불완전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는 무엇일까. 세계에 지나친 기대를 걸지 않는 것이다. 타인의 결핍을 내 절망으로 전환하지 않고, 오히려 나의 윤리를 지키는 일에 더 큰 집중을 기울이는 것이다. 기대를 줄일 때 비로소 세계는 덜 원망스럽고, 삶은 조금 더 평온해진다.
세계가 단숨에 교양을 갖추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층위를 쌓아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세계의 천박함과 타협하지 않는 방식이며, 동시에 나 자신을 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