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넘는 자, 시대를 이끄는 자

by 신성규

한때는 한 우물을 파는 것이 미덕이었다. 대장장이의 아들은 대장장이가 되었고, 철학자의 후예는 또 다른 철학자가 되었다. 인생은 궤도 위를 달리는 열차처럼, 정해진 선로만을 따라야 온전한 삶이라 믿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로는 무너지고, 지도는 쓸모를 잃었다. 이제 사람들은 묻는다. “당신은 무엇을 할 줄 아는가?“가 아니라, “당신은 어디까지 연결할 수 있는가?“라고.


융합인재. 이 단어는 단지 스펙의 조합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감각이고, 새로운 시대의 존재 방식이다. 인문학의 언어로 기술을 말하고, 데이터의 구조 속에서 감정을 읽는 사람. 그들은 두 개의 언어가 아니라, 사이의 언어를 말한다. 과학과 예술, 수치와 서사, 알고리즘과 가치 사이에 놓인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고, 그 사이를 잇는다.


융합이란 결국 경계의 해체다. 지식의 국경이 흐려지고, 전통적 전공의 벽이 허물어질 때, 우리는 질문을 다시 묻게 된다.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보다, ‘나는 어떤 세계를 그릴 수 있는가?’라는 더 넓은 차원의 질문으로.


어떤 이들은 말한다. 전문성을 잃지 않기 위해 경계를 지켜야 한다고. 그러나 나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진짜 전문성은 자신의 전문영역을 다른 세계와 접속시키는 능력이 아닐까? 언어를 넘어서는 시인처럼,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해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내는 작곡가처럼.


융합인재란 결국 창의적 연결자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어느 지점에선 경계 위를 걷는 중이다. 한쪽 발은 과거의 안정된 세계에, 다른 발은 아직 그려지지 않은 미래 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새로운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다.


시대는 더 이상 단일한 목소리를 원하지 않는다. 대신, 서로 다른 소리들이 섞여 만들어낸 화성을 원한다. 그리고 그 화성을 구성하는 사람들, 바로 그들이 ‘융합인재’다. 경계를 넘는 자, 시대를 이끄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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