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자기기만

by 신성규

인간은 스스로 내린 선택을 정당화하려는 강력한 본능을 지닌다. 단순히 심리적 습관이 아니라, 삶을 버티게 하는 생존 전략과도 같다. 우리가 매 순간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면 삶은 너무 무겁고, 때로는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선택 이후, 인간은 자신이 원래부터 그 길을 믿어왔다는 듯 태도를 과장하고 행동을 극단화하며 자기합리화의 성을 쌓는다.


사랑에서도 이 메커니즘은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충실하기 위해, 혹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설득한다. “나는 이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라는 믿음은 때때로 현실을 왜곡하는 렌즈가 된다. 상대의 결점, 관계의 한계,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까지도 선택을 정당화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한다. 사랑은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동시에 인간 자기기만의 온실이 되기도 한다.


이 자기기만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차원에서도 나타난다. 정치적 선택, 종교적 신념, 소비 습관에서처럼 사랑 속에서도 우리는 자신이 한 선택이 옳다고 증명하려 애쓴다.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옳음을 확인하려 행동을 과장하고, 때로는 사랑의 이름으로 상대를 억압한다. 사랑이 아름다움과 연민을 낳는 동시에, 인간 본질의 과장과 자기정당화를 드러내는 장이 되는 이유다.


결국 사랑과 자기기만은 서로 얽혀 있다. 우리는 사랑을 통해 자기확신을 얻고, 자기확신을 통해 사랑을 정당화한다. 이 메커니즘 속에서 인간은 가장 연약하면서도 가장 강렬하다. 상대를 향한 진심과 자기 속임수가 겹치며, 관계는 고통스럽고 아름답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이 자기기만을 자각할 때만 비로소 성숙이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선택은 불완전하고, 사랑은 모순으로 가득하지만, 그 불완전함을 인정할 수 있는 순간 인간은 가장 인간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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