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와 심연의 구조

by 신성규

인간은 흔히 예측 불가능한 존재라 불린다. 우리는 상대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완벽히 알 수 없고, 그래서 타인의 행동 앞에서 늘 놀람과 당혹을 경험한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예측 불가능성’조차 완전히 무질서한 것은 아니다.


프로이트 이후 심리학은 무의식의 작동을 탐구해왔다. 무의식은 욕망과 억압, 트라우마와 방어기제의 집합체로서, 표면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낳는다. 사람의 갑작스러운 분노, 예기치 않은 눈물, 모순된 선택조차도 사실은 내면의 구조가 드러나는 방식일 수 있다. 즉, 불가해하게 보이는 행동은 무의식적 원인으로부터 비롯된 ‘해석 가능한 징후’다.


정신분석학은 인간을 기계처럼 계산 가능한 존재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성과 불연속성 속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한다. 예측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은, 우리가 그 사람의 내면 구조를 충분히 읽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다. 상처의 기원, 억압된 기억, 욕망의 굴곡을 추적한다면, 무질서 속에서 일정한 법칙이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인간은 예측 불가능한 동시에 예측 가능한 존재다. 우리의 무의식은 개개인마다 독특한 언어로 말하지만, 그 언어는 분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인간 행동의 진정한 난제는 ‘불가해성’이 아니라, 무의식을 읽어내려는 우리의 인내와 해석 능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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