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나는 사소한 일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평소에는 넘어갈 수 있는 말도 신경을 건드리고, 작은 소음도 거대한 자극처럼 다가온다. 마치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서, 사소한 진동에도 흔들리는 현악기 같다. 몸이 줄어든 에너지를 방어하려는지, 정신은 더욱 민감해지고, 감정은 쉽게 흔들린다.
이 예민함은 단순히 배고픔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다이어트는 ‘부족함’을 전제로 한다. 음식의 부족, 에너지의 부족, 그리고 충족되지 못하는 욕망. 인간은 부족을 마주할 때 언제나 불안해진다. 그래서 다이어트 중의 나는 늘 경계하고, 분노와 눈물이 얇은 막 하나 너머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 상태를 떠올리면, 여성들이 생리 전이나 생리 중에 경험하는 갑작스러운 감정 폭발이 떠오른다.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 변화, 평소 같으면 넘어갈 수 있는 일에 갑자기 불덩이처럼 치솟는 감정. 그 순간은 이성이 아니라 몸이 지배한다. 호르몬의 파도, 생리적 리듬의 흔들림, 그 앞에서 마음은 무력해진다. 다이어트로 예민해진 나 또한, 그와 같은 리듬의 폭풍 속에 있는 셈이다.
이 두 경험은 결국 같은 뿌리를 가진다. 인간은 몸과 마음을 분리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이성을 최상위에 두고, 몸은 그저 따라가는 기계처럼 생각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몸이 흔들리면 마음은 곧장 동요한다. 허기진 위장이 만들어내는 날카로움, 호르몬의 진동이 불러오는 폭발은 우리에게 ‘인간은 무엇보다 생리적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운다.
다이어트의 예민함은 나를 좁고 첨예한 세계에 가둔다. 모든 자극이 크게 다가오고, 나는 그 속에서 불안정한 균형을 잡으려 애쓴다. 그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섬세하고, 쉽게 흔들리는지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생리의 폭풍처럼, 다이어트의 예민함도 결국 지나가고 나면 “내가 이런 감정의 파동을 견뎌냈구나”라는 묘한 자각을 남긴다.
결국 인간은 ‘조절하려는 존재’다. 먹고 싶은 것을 참으며 몸을 조율하고, 감정을 억누르며 마음을 통제한다. 그러나 때때로 몸은 그 모든 조절을 거부한다. 다이어트 중의 예민함, 생리의 폭발은 바로 그런 순간이다. 그때 우리는 우리 안에 숨겨진 날것의 본능, 제어되지 않는 자연과 마주한다.
나는 그 불안정함 속에서 인간다움을 느낀다. 완벽하게 통제된 나보다, 쉽게 흔들리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오히려 진짜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 같다. 다이어트의 날카로움도, 생리의 폭풍도, 결국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불완전하고 아름답게 흔들리는지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다.